골칫거리 폐현수막, 대부분 전량 폐기
자원 낭비·환경오염, 근본 대책 필요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대전 시내 곳곳에 설치됐던 불법 현수막. 자료사진.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대전 시내 곳곳에 설치됐던 불법 현수막. 자료사진.

[한지혜 기자] 6·1지방선거 이후 대전에서도 최소 수 천 장의 폐현수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수거된 폐현수막 95% 이상이 소각 처리되고 있고, 철거·수거·폐기 등에 드는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1 지방선거 후보자가 각 선거구에 걸 수 있었던 현수막 수는 시장·교육감 후보자 162장, 구청장 후보자 최소 24장(대덕구)에서 최대 46장(서구), 시·구의원 후보자 6~12장씩이다. 총 후보자는 총 158명.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들은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 이내에서 선거운동용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걸 수 있는 현수막 외에 재설치, 선거사무소용 현수막, 선거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걸린 불법 게릴라성 현수막, 민간 단체의 지지 현수막, 낙선·당선 인사 현수막 수 등을 고려하면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현수막이 사용됐다. 

현수막 제작·설치비용은 선거비용 보전 항목에 포함된다. 최대 규격인 10m 기준 15만 원씩, 이외 이전 설치비용 등도 별도로 돌려받을 수 있다. 후보자들이 현수막을 최대로 걸었다고 가정했을 시, 최소 보전 비용만 수 억 원. 문제는 이와 별개로 선거 후 현수막 철거·운반·폐기 등에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2022년 대선 관련 폐현수막 발생량 및 처리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제20대 대선 기간 전국에서 발생한 폐현수막 1110.9t 중 재활용된 폐현수막은 272.6t(24.5%)으로 분석됐다.

절반 이상인 560.8t(50.5%)가 소각됐고, 방치되다시피 보관 중(261.7t, 23.6%)인 규모도 상당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시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8.1%로 세종(0%), 광주(3.0%), 강원(7.6%)에 이어 하위에 속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철거되지 않은 선거 현수막은 자치구나 선관위에서 수거하고 있다”며 “폐현수막을 재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몇 없고, 시에서도 낮은 재활용 수치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지 견학 등 재활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공모사업 선정 중구 외 재활용 전무

“재활용 한계, 현수막 근본적으로 줄여야”

중구 공무원들이 지방선거 이후 철거되지 않은 현수막을 수거하고 있다. 중구 제공.
중구 공무원들이 지방선거 이후 철거되지 않은 현수막을 수거하고 있다. 중구 제공.

가장 많은 선거현수막이 발생한 서구와 유성구는 전량 폐기 방침, 동구와 대덕구도 비슷하나, 농업용 수요가 있을 경우 소량씩 배부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외부 반출을 하지 않고 전량 폐기하는 이유는 얼굴이나 이름, 당명 등이 새겨져있어 당사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농업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되더라도 타인의 눈에 보이는 경우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어 수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구의 경우 올해 초 행정안전부 ‘페현수막 재활용사업’ 공모에 선정, 일부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다른 구와 마찬가지로 이름이나 당명 등이 적힌 선거 현수막은 재활용이 어렵고, 시니어클럽 또는 자원봉사센터, 동사무소, 농업 종사자 등에 오염되지 않은 현수막을 배부하고 있다. 현수막을 고정하는 나무 막대기는 농사용으로 전량 재활용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차원에서도 선거 기간 투표소 위치 등 반드시 필요한 현수막 외에는 게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선거 홍보 매체가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선거 현수막 자체를 줄이도록 이끌고, 제한을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선거 현수막과 관련된 법적 제도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추세다. 후보자들은 2018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기존보다 2배 많은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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