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일곱번째 이야기] ‘민주당 정체성·정책 어젠더’ 선명성

왼쪽부터 박정현 부여군수, 김돈곤 청양군수, 가세로 태안군수.
왼쪽부터 박정현 부여군수, 김돈곤 청양군수, 가세로 태안군수.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충남 3곳(부여군, 청양군, 태안군)을 지킨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지방선거 완패에 충청권 광역단체장까지 모조리 진 마당에 기초단체장 3곳 이긴 게 대수냐는 반문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다. 이들의 당선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낙선한 후보라면 배울 교훈도 있다.  

지역 언론은 민주당이 충남 기초단체장 3곳에서 승리한 몇 가지 요인을 분석했다. ▲국민의힘 공천 갈등 ▲보수진영 분열 ▲민주당 후보들의 인물론이 대표적이다. 

첫째로 공천 갈등은 비단 국민의힘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민주당 역시 만만치 않은 공천 갈등을 겪었다. 둘째로 보수진영 분열인데, 이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민주당 후보들의 승리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청양군은 신정용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22.37%를 득표했다. 국민의힘 유흥수 후보는 27.73%로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50.1%이고, 김돈곤 군수는 49.88%로 불과 0.22%p  차이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어도 김 군수와 접전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부여군과 태안군은 경선 결과에 불복한 국민의힘 후보가 탈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도 않았다. 

부여군과 청양군, 태안군은 ‘보수 텃밭’으로 불린다. 그래서 박정현·김돈곤·가세로의 당선을 ‘이변’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쯤 되면 ‘인물론’을 얘기할 때가 왔다. 

우선 이들 세 지역의 공통점은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이면서 ‘인구 소멸지역’이다. 수도권 집중화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구 소멸의 위기는 더했다. 이들은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민주당 정체성’을 살리는 동시에 지역 특성을 살린 ‘정책 어젠다’를 제시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주창했던 ‘기본소득’에 앞장선 인물이다. 도내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과 유사한 ‘농민수당’을 도입했고, 15개 시·군 중 유일하게 전 군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충남의 이재명’으로도 불렸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농업 전문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시절 도청 농정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안 전 지사 재임 시절 핵심 시책으로 추진한 ‘3농(농업·농촌·농민) 혁신’ 실무자였다. 그는 이때 경험을 살려 지난 4년간 군정에 접목했다. 그 결과 인구 3만명에 불과한 청양에서 농심(農心)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가세로 태안군수 역시 민주당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지난 3월 코로나19 위기 극복 차원에서 20만원의 재난지원금 지급했다. 도내 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에 따른 대안으로는 ‘해상풍력’ 카드를 꺼냈다. 전 군민에게 ‘연 100만원 연금형 이익 배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공격했지만, 가 군수는 과반(51.64%)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민주당이 완패한 이번 선거에서 세 군수의 ‘절박함’은 남달랐다. 인구 소멸 위기와 코로나19, 정권 교체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면서도 ‘민주당스러움’을 지켰다. 그래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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