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넌 너무 곱게 갈린 커피 같아
숨이 막혀
정말 곱구나, 가뿐 숨으로
감탄하게 되지

커피나 사람이나 똑같다
고울수록 숨 막히는 것

커피콩은 갈리는 정도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커피콩은 갈리는 정도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커피는 여러모로 신기한 음료다. 우선 각성효과. 마시면 정신을 차리게 된다. 피곤과 졸음이 싹 달아난다. 커피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전설들이 있지만 모두 공통점이 있다. 어떤 동물이 우연히 커피 열매를 먹고 업(?)되었다는 이야기... 두 번째는 마시는 방식이다. 딴 열매를 볶아서 껍질을 날리고(로스팅), 가루를 만들어(그라인딩), 뜨거운 물을 통과시켜(드리핑) 추출액을 마신다. 내가 알기에 이런 방식의 섭취는 커피가 유일하다. 

커피 그라인더는 원두가 갈리는 굵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조인트를 헐겁게 하면 거칠게 나오고, 바짝 조이면 곱고 가는 커피가루를 얻게 된다. 가루의 굵기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너무 굵게 갈린 커피가루는 물이 충분히 커피가루를 훑지 못하고 내려와 밋밋한 추출이 되고 만다. 반대로 지나치게 곱게 갈리면 물이 빠져 나오지 못해 웅덩이가 되어 버린다. 커피의 향과 맛이 배어 나오도록 적당한 굵기로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커피를 갈고 내리면서 사람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촘촘함의 정도가 다른데 어떤 사람은 아주 헐겁고, 또 어떤이는 매우 촘촘하다. 곱다라는 형용사는 '기품 있게 아름답다'라는 뜻과 '입자가 작다'라는 뜻이 동시에 있는데 신기하게 영어로도 그렇다(fine). 입자의 굵기가 달라 답답해하거나 형편 없다고 느끼는 일이 발생한다. 내 경우에 너무 고운 사람은 감탄의 대상이지만 숨이 막히기도 한다. 커피만큼이나 사람도 민감하고 다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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