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네번째 이야기] 잇따른 성비위, 사과도 진정성이 있어야

국민의힘 충남도당 여성위원회 명의로 충남 천안의 한 도로변에 내건 박완주 의원 사퇴 촉구 현수막. 류재민 기자.
국민의힘 충남도당 여성위원회 명의로 충남 천안의 한 도로변에 내건 박완주 의원 사퇴 촉구 현수막. 류재민 기자.

예상치 못한 일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다. 정치도 그렇다. 그래서 정당과 정치인은 책임질만한 언행과 지킬 약속만 해야 한다. 경거망동하거나 약속을 못 지켰을 때는 사과해야 한다. 사과할 줄 모르면 주변으로부터 ‘손절’ 당하기 쉽다. 정당과 정치인도 그렇다. 사과 없이 민심을 얻을 생각일랑 말아야 한다. 

꼭 4년 전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 비위 사건이 벌어졌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충청도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새겼던 후보들은 혼비백산해 끌어내렸다. 일말의 부끄러움이었을까, 아니면 나까지 죽으면 안 된다는 꼬리 자르기였을까. 

민주당은 안 전 지사를 제명했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안희정부터 시작한 권력형 성범죄는 박원순·오거돈으로 이어졌다. 권력형 비리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약속도 어겼다. 그 바람에 대선 전 치러진 보궐선거도 졌다. 권력형 범죄로 낙마해 치러진 천안시장 보궐선거도 기어이 후보를 냈다가 졌다. 

민주당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국민에게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또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이번에는 충남 최다선 박완주 의원(3선. 천안을)이다. 양치기도 이런 양치기가 있을까. 

당 지도부는 또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의총을 열어 박 의원을 제명하며 꼬리를 잘랐다. 꼬리만 열심히 잘라서 될 일인가. 도마뱀 꼬리 살아나듯 성범죄는 어느새 민주당의 꼬리표가 됐거늘.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게 뻔하다. 

당 차원의 제명과 충남도당 사과 논평 한 번이면 모든 게 끝인가. 박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아닌 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피해자에게는 일말의 사과 한마디 없이. 

민주당의 사과는 이제 진정성을 잃었다. 누굴 욕하고 탓할 게 아니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니. 잇따른 성 비위 사건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도 없다. 충남도당 여성위원회는 왜 입도 벙긋 못하는가. 박 의원 지역구에 출마한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또 어떤가. 박 의원과 찍은 현수막 사진을 부리나케 내렸다. 4년 전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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