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세번째 이야기] 공격 받기 싫어 토론 피하는 ‘현역의 모순’

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말 많고, 탈 많던 공천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후보들이 ‘예비’자를 떼고 전선에 섰다. 오는 19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2주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지역 언론은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고 있다. 토론은 후보자의 됨됨이부터 정책 비전, 공약까지 한눈에 지켜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문제는 일부 후보들이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는 데 있다. 이런 경향은 현역 단체장들에게서 유독 두드러진다. 이런저런 핑계로 토론을 거부하는데, 진짜 이유는 ‘공격받기’ 싫어서다. 

이들은 선거 토론회를 ‘잘해야 본전’으로 생각한다. 사실상 양당 대결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한쪽이 불참을 선언하면 토론회 자체를 열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유권자에 무례한 행태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만 참석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4년 동안 지역을 책임질 후보를 비교·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번의 법정 토론회로 충분할까. 법정 토론회 외에 개별 토론회 참석 여부는 후보자의 ‘자유’이고,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면서 ‘법대로’만 따진다면 시민들은 흔쾌히 받아들일까. 

‘한 번 더’ 뽑아달라고 호소하려면 자신의 정책과 소신, 정치적 철학을 한 명이라도 더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상대 후보가 얼마나 두렵고 털릴 게 많아 토론을 피하려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TV 토론 보이콧’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어쨌든 정권을 바꿨고, 당선됐으니 된 것 아니냐고? 선거에 있어 토론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성질이 아니다. 

토론은 현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대세 강화’ 효과, 즉 현재 경로와 상황을 더 굳건히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도전자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상대 공격에 절제의 묘를 살리며 자신을 알리는 것도 당선으로 가는 효과적인 방법과 기회 아닐까.  

토론은 내 말만 맞고, 옳다고 주장하며 바득바득 우기는 게 아니다. 상대 후보와 논쟁과 격론을 벌이며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잘못 생각했던 부분을 고칠 수 있다. 참신한 정책공약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당선 이후 상대 후보의 정책을 시·도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사례도 많다. 그것이 선거에 있어 토론의 역할이고, 존재하는 이유다. 저절로 시·도지사가 된 듯 오만불손하면 곤란하다. ‘토론 패싱’에 실망한 시민들은 ‘분노의 투표’로 실망감을 표출할 터.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들은 ‘소통’을 강조한다. 시민과 소통하려면 진정성 있는 자세로 토론에 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다. 선거 유불리만 계산해 당선된다 한들, 행정을 제대로 할까, 교육을 제대로 할까. 토론을 거부하는 후보자를 선택할 시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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