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군자가 베고 잘 것은 부귀영화가 아니라 선(善)과 인(仁)이 아니겠는가.”
이 글은 정조시대 실학자였던 이덕무가 자기의 목침에 새긴 글로써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옛 선조들은 이처럼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용품에 좌우명을 새겨 넣고 분신처럼 귀하고 소중히 하였지요.
이것을 기물명(器物銘)이라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그의 긴 칼에 새겨 넣은 좌우명은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장군의 기개와 용맹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느끼게 하네요.
몽당연필아!
너는 다섯 치의 그 가련한 몸을
끝없는 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아낌없이 주었구나
이제 남은 너의 한 치 몸은 나의 벗이 되어 주려무나
나도 떠나는 그날까지 언제나 너를 곁에 두고 함께 벗 하련다.
훗날 내가 떠나더라도 너는 남아 내 자손들에게 말해다오
연필과 벗 하는 삶을 살라고 ~
22년을 함께 하고 있는 나의 분신, 몽당연필을 소개합니다.
저는 연필이 아니면 글이 떠오르지 않는 필객(筆客)입니다.
인문학 칼럼니스트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연필이 유일한 필기도구지요.
어느 때부터인가 더 이상 못쓰게 된 몽당연필을
그냥 버리는 것이 내 일부를 버리는 것 같아
하나하나 모아 둔 세월이 어느덧 22년,
이렇게 쌓여져 이제는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분신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미래라 했습니다.
미래는 첨단 과학이 아니라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죠.
컴퓨터 자판이 아니라 연필과 공책으로 되돌아 갈 그때가
오래된 미래 아닐까요.
죽기 전에 그런 미래가 올지는 알 수 없겠습니다만
연필을 놓는 그날까지 몽당연필은 쌓일 것이고
유품 1호로 남을 것입니다.
첨단 A.I 시대를 살아갈 자손들에게는 몽당연필은 박물관 속 유물이 되겠지만
혹시 압니까 ~ 그 때에 진품명품이 될런지요 ~ ㅎ ㅎ
무엇보다 몽당연필에 담겨진 학문정신을 물려주고 싶은
간절한 바램입니다.
연필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권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몽당연필 버리지 말고 모아 두십시오.
훗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한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