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봄이 두껍게 쌓였다. 목련, 벚꽃이 진지는 오래고 철쭉, 영산홍,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새벽녘 쌀쌀한 기운도 스러진다. 옷에 묻은 겨울의 흔적을 세탁하여 갈무리할 때다. 옛날에는 아낙네들이 냇가에 모여 수다를 섞어 방망이질하며 옷과 이불을 빨아 종달새 날고 아지랑이 춤추는 곳에 널어 말렸지만 요즘은 좀처럼 보기 어려워진 광경이다.

웬만한 옷은 세탁기에 넣어 빨면 된다. 세제도 용도별로 골라 쓰는데다 뽀송뽀송하게 말려서 나오니 편리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마음먹고 장만한 옷은 세탁소에 맡기게 된다. 전문인들이 상큼함에 더하여 맵시까지 되찾아 준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일은 없는 법, 세탁도 예외일 수 없다. 세탁소에 맡겼다가 뜻하지 않은 피해로 소비자 마음이 얼룩지는 경우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세탁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상담과 피해구제 사례가 도움이 될까 한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장 흔한 일은 맡긴 세탁물이 분실된 경우다. 세탁이 완료되어 찾으러 갔거나 배달되었을 때 확인해 보니 만약 없어졌다면 소비자나 세탁사업자 모두 난감하게 된다. 이런 경우 세탁을 맡겼을 때 받은 인수증을 토대로 분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인수증을 받지 않았다면 세탁사업자에게 분실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번거로움을 겪을 수 있다.

세탁물이 변색되었거나 찢어지는 등의 하자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옷이 찢어지고 변색되었다”고 주장하고, 세탁사업자는 “맡긴 대로 세탁하였다”고 맞설 때 좀처럼 해결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변색이나 찢어짐, 변형 등 하자에 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할 때는 지역별 심의기관이나 소비자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은 수선이나 세탁 등을 세탁사업자가 임의로 진행한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때도 인수증을 토대로 서비스 계약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은 수선 등을 세탁사업자가 임의로 진행하여 발생된 하자는 세탁사업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분실이나 변형 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배상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배상에는 구입 가격이나 착용 회수回數 등으로 소비자와 세탁사업자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는 몇 번 입지 않아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데, 사업자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서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경우이다. 이때는 세탁물의 내용 연수, 사용일수 등을 감안한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다.

세탁 서비스와 관련하여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소비자 피해를 예방 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아본다.

첫째, 소비자가 세탁물을 맡길 때 받은 인수증은 만약 분쟁이 일었을 때 중요한 입증자료가 되므로 반드시 받아 챙겨두어야 한다. 세탁사업자도 소비자에게 인수증을 발급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완성된 세탁물은 되도록 빨리 인수하고 이때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하여야 한다. 만약 이상이 있을 때에는 세탁사업자에게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여야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계절이 몇 번 바뀔 때까지 찾지 않고 오래 맡겨두면 탈색, 변형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심지어 세탁업소가 이전하거나 폐업하는 경우 예상치 않은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셋째, 제품에 부착된 품질표시, 물세탁, 드라이클리닝 등 취급주의 사항 등을 확인하고 세탁을 맡기는 지혜도 가져야 한다.

넷째, 변색이나 찢어짐, 수축 등의 하자에 대하여 세탁사업자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상담센터(전화1372)’나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에 상담, 심의를 의뢰할 수 있다. 여기서는 세탁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시험검사와 관능검사 등 여러 상황을 판단하여 제조상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는지, 세탁사업자 또는 소비자의 부주의에 의한 하자인지 등 원인규명을 통하여 당사자 간 원만한 합의와 분쟁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탁물로 인하여 소비자와 세탁사업자 모두 마음에 얼룩을 남기지 않고 기분까지 보송보송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러자면 소비자의 상식과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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