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두번째 이야기] 대선 패배 되풀이하려는 ‘무례한 권력’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그리스 신화에 ‘시지프스 돌 이야기’가 나온다. 시지프스는 신을 속인 죄로 무거운 돌을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다. 사력을 다해 산 정상에 돌을 올리지만, 돌은 아래로 굴러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이는 행태가 마치 현대판 ‘시지프스의 돌’을 보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민주당=문재인’ 공식이 성립했다. 그 덕에 민주당은 지방선거도 이겼고, 총선도 이겼다. 21대 총선을 기점으로 이 공식은 흔들렸다. 지난해 4.7재보선 패배로 균열이 갔고,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말에도 40%대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다. 대통령은 꾸준했지만, 민주당은 게을렀다는 역설로 읽힌다. 누굴 탓하랴. 문 대통령 스스로 “정권도 교체됐는데, 제 지지율이 높은 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했으니.

민주당의 대선 패인은 문 대통령이 링 위에 오르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로남불’ ‘오만’ 때문이다. 그건 민주당도 다 알고 인정하는 사실이다. 알면서도 지방선거까지 망치려고 작정했나 보다. 

대전 서구청장 후보 공천이 대표적이다. ‘전략선거구’에서 ‘청년전략선거구’, ‘시민배심원단 경선’ 등 후보 선출 방식을 3차례나 바꿨다. 그러더니 시장 경선에서 진 장종태 전 서구청장을 전략공천 했다. 이재명을 도로 경기지사로 내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활용 사천선거”라는 기사 댓글이 이번 사태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한다. 

광역단체장이라고 다를까. 충청권을 비롯해 17개 시도지사 후보를 대부분 현직으로 채웠다. 이것이 그들이 말한 ‘개혁공천’인가. 무얼 믿고 저리 오만함을 내려놓지 못할까. 물론, 국민의힘도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지독한 갈등과 내홍을 겪었다. 그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적어도 ‘돌려막기’는 하지 않았다.  

주어진 권력을 맘대로 휘두르면서 어떻게 ‘지역의 일꾼’을 자처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고성과 욕설, 몸싸움 끝에 ‘검수완박’법도 밀어붙였다. 과거 보수정권이 걸어온 길을 따라 자멸하려는가. 

김영민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손에 권력이 있다고 해서 무례하게 굴면 조만간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 권력이다. 날것으로 과시하면 결국 훼손되기 마련인 것이 권력”(『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제 든든한 ‘빽’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없다. 야당의 깃발을 들고, 비빌 언덕조차 사라진 광야로 나가야 한다. 맨땅에 헤딩은 할 수 있을까. 5년 새 ‘배부른 돼지’가 되었으니. 공정과 평등, 정의를 외치던 한 정권이 이렇게 저문다. 굿바이,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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