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말을 잘 걸지 않던 아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들 ; 엄마는 월급이 얼마 받아? 
●엄마 ; 최저임금을 받지.

●아들 ; 그래서 얼만데?
●엄마 ; 이백만원

●아들 ; 월급이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삼백만원 넘게 달라고 해?
●엄마 ; 그게 말이 되니?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마음이 같니? 그 일에 대한 전문, 즉 학벌 위주로 월급을 줘. 엄마는 지금 고등학교 졸업자로 월급을 받는 거야.

●아들 ; 그래서 경력은 10년 넘잖아? 억울하지 않아?
●엄마 ; 그래도 사업주는 경력과는 상관없어. 저렴한 임금을 줘. 그것이 냉정한 현실이야. 이왕이면 경력도 있으면 좋겠지. 그것이 세상이야. 요즘에는 고학력 졸업자들이어도 어디가나 최저임금 백 구십 만원을 기준으로 해서 기간제로 많이들 일하고 있어. 그 기간이 6개월이든 상관없이 만료가 되면 실업급여도 받고, 또 재취업해도 최저임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들 ; 엄마는 주식 안 해? 주변에 주식하는 친구들이 많아. 부모님이 백만 원씩 주고 잃어도 되니 해 보라고들 해. 
●엄마 ; 엄마는 주식이 어렵기도 하고, 관심이 없어. 주식을 안 하면 안 된다고들 주변에서 말하는데, 엄마는 아직까지는 싫다. 너도 친구들처럼 엄마가 돈 주고 해 보라고 하면 좋겠지만, 엄마는 싫다. 경험일 수 있겠지만, 주식에 빠져들면 네가 시급 9100원짜리 일을 할 수 있겠니? 한탕주의는 싫다. 엄마는 아직은 보수적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개미가 좋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렇게 대답하는 자신에 대해서도 허망한 감정에서 쉬이 빠져 나오질 못했다. 개인사업자에 취업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현장에서 철저하게 경험하고 있다. 아들에게 ‘그것이 사회야.’ 라고 말하고 있는 자신이 허탈하고 씁쓸했다. 박사를 졸업하고 여러 군데 이력서를 제출했다. 이미 들러리 서류인 곳이 대부분이었고, 거듭된 취업에 대한 좌절은 다시 도전장을 낼 자신감도 사라지게 했다. 서류를 냈던 곳들의 월급도 최저임금이었고 기간제 근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냈던 이유는 색다른 경험과 이력, 복지후생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서류는 합격해도 면접에서 불합격이니 그것이 무슨 상관있으랴. 중년의 나이에서 계속된 불합격은 도전정신을 사라지게 했고, 그저 그 자리에서 더 머무르게 하는 나약한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야만 했다. 

청소년들의 꿈은 어디 있을까? 그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가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할까? 주변사람들의 삶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고등학생의 용돈이 오만 원부터 백만 원까지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차이가 크다.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 청소년들을 보면서 좁힐 수 있는 방법을 딱히 찾질 못했다. 청소년들 위에는 그들의 부모가 있다. 부모의 삶의 철학에 따라 그 자녀의 생각주머니의 크기가 다르다. 가령 부모의 살의 철학과 어긋나게 살아가는 청소년들도 많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 관여하는 것을 ‘꼰대 같다’고 하면서 부모의 가르침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부모와 다른 삶을 살기를 소망하고 전혀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으면서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거나 방법을 찾지는 않는다. 그저 내적 소망으로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지에 대한 진정한 자신을 찾고, 그 내면의 진실한 욕구가 세상의 욕망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조차도 부모의 욕심이구나 싶다. 

내가 살아온, 살아갈 세상은 너무나 도덕적인 의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울타리가 있다. 그러나 그런 울타리를 청소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현실에서 도피하려고만 하는 청소년들의 내면 심리 때문에 스스로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스스로 자유를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선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과 자신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 자기 스스로 알아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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