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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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自畫像) -박경은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유리창을 통해 또 다른 내가 보입니다.
​'애썼다. 고생했다. 잘했다'라고 상대편에서 말해줍니다.
​​'뭘요?'라는 물음의 말이 앙증맞게 느껴집니다. ​
그리고는 피시식 수줍은 웃음을 보입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성숙된 어른인 줄 알았습니다.
아이처럼 수줍은 듯하나, 은밀하게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스스로 존중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계 속에서 절대 순수할 수 없음을 알게 된 나는
​그들 내면의 이기심을 넘어선 강한 공격성과 내 안의 공격성을 보았습니다.
그 공격성은 자신이 더 갖지 못한 시기심과 질투임을 알았습니다.
그 계기로 ‘내 안의 나는 무엇을 품고 있을까’를 매일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값지고 소중한 관계임을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체득했습니다.
 
또한 아닌 관계를 부여잡고 아파해야 할 마음이 인간의 어리석음임을 알았고,
​이제는 좀 더 성숙해지고 있는 ‘나’를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어서 참으로 좋습니다.
 
어느새 어둠이 와 있습니다. 그 어둠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고 정겹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이겨내지 못해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이겨냈기 때문에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때론 미성숙하고 이기적이고 연약합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사람은 자기반성을 통해 ‘성장’이라는 것을 하나봅니다.
혼자 있다는 것이 참 두렵고 무서웠는데, 거듭된 좌절을 통해 혼자 있는 것이 참으로 편합니다. 
그것이 나의 ‘참 모습’이었을 거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평온합니다.

삶을 사랑하며, 감사하며 충만 된 마음으로
이제는 관계를 떠나 내 삶에서 빛과 어둠의 공존처럼 자유로워졌습니다.

누군가의 자녀가 되고,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있는 이 지점에서 자기의 생각만큼 또는 준비하지 않는 채 세상을, 사람을 맞이하는 것이 다소 숨이 찰 정도로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가운데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형성하며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깨어 있음’의 차이는 다르다. ‘깨어 있음’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삶의 가치를 두는 곳은 돈이나 물건(명품이나 브랜드), 외모(얼굴이나 몸매), 음식, 지식, 정신, 공동체, 가족 등 다양하다. 중요한 사실은 ‘깨어 있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의 형태(질)도 달라지며 변화하기도 한다. 

즉 돈으로 마음고생 안 해 본 사람은 그 마음을 알지 못하고, 사람으로 마음고생 안 해 본 사람은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 돈과 사람으로 마음고생 안 해 본 사람은 위세당당하고 사는데 거침이 없다. 또한 ‘마음씀씀이’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은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나 자신의 것을 나누는 마음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그 모든 것들이 언제까지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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