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A: 저는 더 이상 그 친구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B: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A: 저는 친구라면, 관심과 지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동갑친구는 아니지만 3년 전에 친구 하자고 했었어요. 실제로는 두 살 위예요.
●B: 그러셨군요.

●A: 그런데 그 친구는 매사에 어려워요. 알 수가 없어요. 어떤 날은 가까운 친구 같으면서도, 어떤 날은 너무 멀리 있는 낯선 사람 같아요.
●B: 양가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힘든 것일까요?

●A: 맞아요.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제 자신이 짜증스럽고 화가 나요.
●B: 어떤 부분이 짜증스럽고 화가 날까요? 이해가 될 수 있도록 간단한 사례를 들어주면 좋겠어요. 또 다른 부분에서 불편한 감정은요?

●A: 제 입장에서 볼 때 그 친구는 잘나가는 사람을 좋아해요. 그리고 그들을 더 각별하게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무시당하는 것 같아 짜증나고 화가 나요. 제가 열등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어요.
●B: 그런 마음까지 갖게 되니 자신에 대한 분노가 더 자신을 힘들게 하나 봅니다.

●A: 정확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제 자신에 대한 분노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아마도 그 친구에 대한 나의 각별함이 다르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자존심도 상하고, 제 처지에 대해 더 속상해요.
●B: 그러셨군요. ‘자신의 처지’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사회적인 위치, 부, 자녀들의 이름 있는 대학입학, 남편의 직장에서의 고임금 등 그 친구는 자신에게 각별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모를지도 몰라요.
●B: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그 친구는 예민하고 실수하는 것도 싫어하고 완벽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느낌만 받아서 단절해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진실을 말하거나 서운한 감정을 말한다는 게 사실 엄청 두려워요.
●B: 본인도 단절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인가요?

●A: 네. 단절되는 게 두려워요. 많이 생각했어요. 그 친구를 잃어버릴 것 같은 아쉬움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외로움도 아니었어요. 그동안의 그 친구를 향한 진심 어린 제 마음이 많이 힘들 것 같은 두려움이 컸어요.
●B: ‘단절됨’이 그동안 진심 어린 마음이 버려질 것 같은 두려움이었군요. 그러면 지금의 이런 마음으로 버티고 견디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요?

●A: 그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어요. 여러 번 서운함을 느껴서인지 사실상 그 친구가 여러 가지로 고맙기도 하지만 제가 스스로 느끼는 서운함을 생각하면 굳이 단절되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B: 그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는 말씀인거죠? 그동안 버티고 견뎌 오신 것만으로도 더 이상 자신을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마음이 정리가 되어 보이네요.

누구에게나 소중하지 않는 관계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고통을 안아가면서까지 지켜내야 할 관계 또한 없다. 서로 소통하지 못함에서 오는 오해일 가능성도 높다. 어느 쪽도 정답은 없지만 자신이 괴로움을 오랫동안 수반하면서까지 지켜내야 하는 관계가 과연 자신이 믿고 있는 오래 지속될 관계일까에 대해서는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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