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아홉번째 이야기] 전문가보다 ‘친구들’만 보이는 내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정부 내각 인선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정부 내각 인선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알맞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다음 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세 차례에 걸쳐 국무위원 후보자 18명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직접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인사 기준의 잣대를 ‘능력 중심’에 뒀다. 지역과 성별, 세대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쓰겠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은 ‘장관 후보자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선거 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과 안배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 구성을 봐도 윤 당선인 인사 기준의 방향성은 선명해 보인다. 내각 역시 ‘능력주의’로 가겠다는 건데, 말은 좋다. 보통 어떤 일을 할 때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이 있다. 부처의 최종 결정권자라면, 일을 잘하는 것보다 ‘잘 시키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소위 ‘리더십’ 아닌가? 

윤 당선인이 착각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거기다. 본인이 지명하는 국무위원이나 참모진은 ‘일 잘하고 능력 있는 분들만’ 앉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것 같다. 어떤 조직이라도 수장은 ‘방향타’ 역할만 하면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부 인사에서 지역 안배가 꼭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6일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균형발전은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 살든 같은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 발전이 국가발전이고, 이제 지역 균형발전은 선택할 수 없는 필수 사항”이라고도 했다.

지역 발전이 ‘국가발전’이고, 균형발전이 ‘필수’라면 지역 출신들의 능력을 따질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제주지사 출신 원희룡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했는진 모르겠지만, 그는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국토위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중앙으로 정치 기반을 확장하려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장동 1타 강사’라는 전문성이라면 몰라도. 뿐인가. 최측근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 ‘40년 절친’은 보건복지부 장관(정호영)에 지명했다.  

안철수계 이태규 의원이 인수위를 나오고, ‘핵관’ 장제원 의원이 비서실장을 마다하는 걸 보면, 윤 당선인 옆에 심복과 친구 말고 충신은 있긴 할까.    

충청권 중진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4선. 충남 홍성·예산)은 대정부질문이나 지역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문재인 정부 ‘인사 홀대’를 비판했다. 이번 초대 내각에 충청 출신 후보자는 4명(김현숙·이정식·정황근·한화진)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3명, 김동연·도종환·송영무)보다 1명 많다. 

일부 지역 언론은 ‘약진’이라며 호평했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닐 성싶다. 청문회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낙마하면 그 숫자는 최소한 문 정부와 같아지거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정부를 향해 ‘충청 홀대론’을 외칠 수 있을까. 그래서 인사는 만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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