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 정부 균형발전 정책성공을 위한 제언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자료사진.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임기 동안 자신 있게 내세웠던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자치분권이다.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은 국정 5대 목표 중 하나인 동시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이 20대 국정전략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체계적으로 정리함과 동시에 국가 재구조화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한 한계와 교훈을 문재인 정부는 잘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자치분권을 계승·발전시키고자 했던 문재인 정부는 의욕이 컷을 뿐 아니라 지역민들과 지방이 중앙정부에 대해서 거는 기대 역시 상당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국회와 지방권력까지 장악했다. 정치적 토대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문 정권은 자치분권의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달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한 자치분권의 비전과 목표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그리고 주민과 함께 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다. 근사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자치분권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때, 자치와 분권이 우리 삶을 행복하게 바꾸는 한편,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자율성이 넘치는 지역사회로 변화시켰다고 보기에는 국민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치분권위원회’ 핵심정책 평가 자료에 의하면, 자치분권의 성과로는 종합계획 마련, 제도적 토대 구축, 재정적 기반 마련, 자치기반 조성 등 진행과정을 두루뭉술하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성과지표와 연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치분권의 성과를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 

자치분권의 추진 한계로는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 간 불균형 심화, 자치단체의 실질적 권한 및 다양성 부족, 주민참여 체감도 저조 등을 꼽고 있다. 이 역시 문 정부하 자치분권에 대한 의지와 도전이 미흡했던 결과물이지 환경상 제약 요인으로 볼 수 없다. 동시에, 자치분과 지역균형발전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추진되지 않은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난 1988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이후 32년만인 2020년 말,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올 1월 13일부터 개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개정법 안에는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주민 조례발안제도 개선, 주민감사청구권 확대 등과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무직원 임용권과 전문인력 채용, 중앙·지방협력회의와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제도 도입 등이 포함됨으로써 다소의 제도적 성과는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 조항이 빠져있어 주민주권 구현이 무색해짐으로서 주민들 불만의 소리가 높다. 뿐만 아니라, 자치입법권은 여전히 제약되어 있고 자치조직권의 내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더욱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방재정과 관련해서는 개정 법률에 커다란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여전히 미비해서 새로운 주민자치 시대에 적절한 법률 내용이 담겼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지방자치가 지방중심, 주민중심, 현장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데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밖에도, 전국 자치단체가 광역이든 기초단체든, 인구가 많든 적든, 도시든 농촌이든 모두 똑같이 획일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자치와 분권 제도들도 지역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대도시의 신도심과 원도심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 채 지역균형발전은 문 정부하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 지역과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가 하면, 지방교육자치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지방교육 문제가 지방자치의 큰 틀 속에 들어와 있지 못한 현실은 지역인재의 육성과 인적 자원의 개발을 도외시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당선자는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다. 그리고 진정한 지방발전이 이루어져야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새 대통령이 될 당선자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철학을 담아 보다 획기적이고 실현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새 정부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준비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첫째,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비전과 철학, 전략과 주요정책 및 성과지표를 체계적으로 정립해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의, 주민을 위한, 주민과 함께하는 균형적인 지역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둘째, 기로에 선 한국 지방자치와 분권이 바른길을 가기위해서 헌법적 길잡이를 요구하고 있다. 새 헌법 속에 자유민주주의와 지역균형발전의 개념과 가치를 확고히 재정립하는 한편, 지역특색에 맞는 다양한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병렬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새 정부는 양 정책이 선 순환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추진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로 ‘지역균형발전원 (가칭)’의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정책은 중앙부처 중심의 집권적‧시혜적‧하향적 정책에서 지역중심의 자율적‧분권적‧상향적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균형정책이 개발과 성장을 지향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정책들이었다면 새 정부는 지역의 자원과 역사문화를 중시하며 인재육성과 인적자원 개발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삶의 기회를 확대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넷째,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연계‧통합하고 자치경찰제의 정상적인 실시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자치단체장의 교육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연계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자치의 틀을 정비하고 교육감 직선제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참여와 통제가 보장된 자치경찰제의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에서는 자유민주체제의 재정립을 비롯한 국가안보와 경제위기 극복, 공정과 정의의 실현 그리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이 보장된 균형발전을 중심으로 국정의 틀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새 정부가 성공적으로 시작해서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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