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어느 날 속상한 마음에 언니와 통화를 했다. 언니의 예화는 이렇다. “사우나를 다니는 멤버가 있는데, 그 중 한 언니가 매일 손주자랑만 하더라. 다른 사람들은 손주가 없는데 말이야. 이때 어떤 생각이 드니? 아이들만 키우고 있는 주부가 결혼 안한 친구를 만나서 애들 얘기만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말이라는 게 참 쉬우면서도 어려워. 상대방까지 생각하면서 내뱉어야 하니까. 나도 말실수를 했던 것은 아닌데 상대방이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말 수습하느라 애먹었어. 그 때 느꼈어. 언행을 더 조심해야겠다고”.
 
인간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기억한다. 그런 후에 기억되어 있는 것으로 그 때의 현장을 재현한다. 그러면 그것이 참일까? 거짓일까? 그것은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허상이다. 사람과 사람끼리 소통하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위로하고, 자신의 이야기도 공감 받고 위로받는 것이다.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만 길어지거나 공통의 주제가 아닌 아주 개인의 주제로 긴 시간을 이야기 한다면 그것을 소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문득 떠오르는 예화가 있다. 5시간 강의를 해야 했다. 수강생이 한 명이 모집되어 한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데, 강사가 10분 얘기하고 나머지는 학생이 쉬지 않고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학생의 문제이기 이전에 강사의 문제점을 먼저 살펴야 된다. 분명 수업을 계속 진행하려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될 정도라면 지켜야 하는 경계를 서로 지키지 못함에서부터 살펴봐야 할 점은 많다. 다른 문제점을 떠나서 소통에서만 본다면 4시간 50분을 말하는 동안 공감이 얼마나 되었을까가 의심스럽다. 이것을 배려의 관점에서도 깊이 살펴봐야 한다. 
 
모든 문제의 갈등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그 즉시 표현하지 못하고 참으면서, ‘괜찮겠지’ 라고 쌓아둔 자신의 솔직하지 못한 성향에서 오는 결과다. 자신을 탐색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자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정말로 괴롭고 힘들다면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솔직함이 무엇인지를 진실로 말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을 때까지는 참아내는 관계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표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피하기 어렵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지키는 노력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다른사람의 자랑거리는 더더욱 그렇다. 혹시 손주자랑, 자식자랑, 남편자랑, 자기자랑, 돈자랑을  대가를 꼭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밥이든 차든 상관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방의 마음과 시간이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진땀을 빼는 순간이 있었다. 말을 뱉어내고 났는데, 사실 그 말이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는데 말이 너무 단정적으로 튀어나와서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알았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 때는 무리해서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아직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수습하려고 애썼던 모습에 진땀이 난다. 그것은 어떤 식이로든, 서로 다른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 배려 없이 끊임없이 한다면, 특히 자랑거리만 이야기 한다면 이 때 더 중요한 사실은 정작 본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서로의 배려가 있다하더라도 서로의 공통된 주제가 아니면, 적정한 양의 이야기를 하는 훈련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모든 이야기는 적당히 서로 주고받았을 때 그것이 소통이 되는 것이지 무엇이든 부족하거나 과했을 때는 부작용은 일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상황이 그랬고, 그 상황에 자신의 마음이 그랬던 것이다. 만약 그 부분에서 서로의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마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이 또한 훈련할 수 있다면 함께 잘 놀 수 있는 귀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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