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사과 다섯 개가 있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윌리엄 텔의 사과, 뉴튼의 사과, 세잔의 사과,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 유명한 사과 속에는 역사와 세상을 바꾼 비밀 코드가 숨어있다. 이것은 대전과 충청권이 계획하고 있는 ‘2022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최와 ‘2027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먼저 유명한 첫 사과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다. 성경 <창세기>에 의하면 하느님은 천지창조 이후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 살게 했다. 에덴은 싸움과 배고픔이 없는 평화롭고 풍성한 낙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은 선악을 알게 해주는 지혜의 나무에서 열리는 사과만 빼고 동산 내 모든 열매를 따먹어도 된다고 허용했다. 

그러나 뱀의 유혹으로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사과를 먹고 난 후부터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출산과 노동의 고통 그리고 괴로움과 죽음의 원죄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구약성서의 내용은 유럽인의 정신적 전통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아담과 이브의 사과는 지식이 갖는 선악의 양면성과 지혜의 힘을 일깨워 준다.

두 번째 사과는 독일의 극작가가 쓴 <윌리엄 텔>에 관한 얘기다. 14세기 스위스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곳에 총독으로 부임한 게슬러는 지배자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높은 장대에 모자를 걸어놓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그곳을 지나던 윌리엄 텔이 인사를 않고 지나치자 총독은 그를 체포한다. 

그리고 “감옥에 가든지, 아니면 50미터 떨어진 벽에 아들을 세워놓고 아들 머리위에 사과를 화살로 맞히면 죄를 용서하겠다”고 명령한다. 명사수 윌리엄 텔의 화살은 사과의 중앙을 통과해서 아들의 목숨을 구한다. 뿐만 아니라, 감옥에서 탈옥한 다음 군대를 이끌고 합스부르크와 싸워 이김으로써 스위스 독립운동에 도화선이 됐다는 감동의 작품이다. 오늘날 윌리엄 텔의 사과는 아들의 생명, 나라의 독립이라는 목표 지향적 힘을 상징한다.

인류의 역사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 번째 사과는 뉴튼의 사과다. 17세기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뉴튼은 당시 전염병 때문에 시골 고향마을로 돌아가 연구에 집중한다. 그동안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연히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다. 그의 업적은 유럽인들의 사유방식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는 일상생활에서 그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한 뉴튼의 집념은 인간의 위대한 창조적 힘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폴 세잔은 사과를 주제로 정물화를 즐겨 그린 ‘사과의 화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의 사과 정물은 전통적인 표현기법과 완전히 달랐다. 그 전까지는 원근법이나 빛과 그림자, 시선의 눈높이를 정확히 표현하는 사실화가 주류였다. 그러나 세잔은 감상자들이 사과를 더욱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사물이 가진 본질을 포착하는데 집중함으로써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화는 더 이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 자체에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미술에 도전의 길을 제시했다.

한 입 배어먹은 스티브 잡스의 다섯 번째 사과도 세상을 바꾼 유명한 사과다.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 애플을 만든 잡스의 사과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거짓말 같은 기술혁신과 창조로 디지털 세상을 만들고 지구촌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았다. 특히,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시키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서 IT혁명을 완성한다. 무한한 열정과 창의력으로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처럼 지혜를 습득한 잡스의 열정과 혁신, 융합과 창의력은 현대인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이와 세상을 바꾼 역사적 사과에는 목표와 도전, 원죄와 선악, 창조와 혁신의 비밀코드가 숨어있다. 올해 대전에서 개최되는 세계지방정부연합총회와 충청권 4개시도가 유치하고자 하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모두 성공하려면 역사적 사과가 보여준 코드에서 성공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첫째,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유치하려면 분명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립·제시해서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UCLG의 목표는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향상으로 시민의 삶의 질 개선과 지역사회의 발전이다. 특히 도시 간 격차와 도심 내 불균형 해소는 모든 현대도시들의 공통과제다. 

대전시는 지금부터라고 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어 준비해야 한다. 유니버시아드의 목표는 대학스포츠의 발전과 체육 인프라 구축 그리고 지역의 위상제고다. 특히,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개최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충청권 메가시티의 조성을 목표로 상생·협력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귀중한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둘째, 국제행사의 개최에는 선과 악, 즉 긍정과 부정의 효과가 반드시 뒤따른다. 국제행사가 잘 준비된 끝에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위상 제고 및 시민들의 삶의 질과 자긍심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에, 단기적인 수익창출에만 집착해서 사후관리에 소홀하면 장기적 누적적자 등으로 지역에 막대한 재정낭비와 시민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앞서 국제스포츠 대회를 유치했던 대구, 광주, 인천 등이 단체장의 치적과 정치적 목적에 치중한 결과 빚더미 잔치라는 부정적 평가를 이미 받은 바 있다.

셋째, 최근의 국제행사에서 놓치지 말아야 점은 행사 내용의 차별성과 독창성이다. 특히, 스포츠 행사나 전문적 국제행사는 국내외적인 관심은 물론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대규모 국제행사라 하더라도 지역민이 주체가 아닌 관주도로 기존행사와 차별성이 없는 경우 그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와 주민들의 조언과 협력을 통해 행사의 기본 목적 외에 관련된 분야, 예컨대 환경, 문화, 교통, 과학,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해서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난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행사여야 관심과 환영을 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주는 교훈을 통해 모처럼 대전·충청지역에서 개최하고 유치할 국제행사가 성공적으로 추진됨으로써 지역의 매력, 저력, 활력을 한껏 드러내는 한편 ‘대전·충청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다시금 싹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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