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창호의 허튼소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야한다

나창호 수필가(전 충남도 부여부군수).
나창호 수필가(전 충남도 부여부군수).

벌써 봄이 오나보다. 나이 들어가면서 세월의 빠름을 부쩍 느낀다. 해 바뀐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입춘이 지났다. 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쏘아놓은 화살과 같다더니 정녕 그런 것 같다.

햇살 잘 드는 베란다에는 벌써 해피트리가 작은 나팔모양의 꽃을 피우고, 긴기아난도 수많은 꽃대를 올리고 있다. 베란다에는 벌써 봄이 온 것이다.

세월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쉬는 일도 없이 깊은 강물처럼 도도히 흐른다.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히지도 않는다. 우리네 인생도 세월 따라가야지 별 수는 없지 싶다. 흐르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고, 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한편으로 세월이 흘러야 아름다운 꽃이 피고, 예쁜 새들이 울고, 곡식이 익고, 열매가 익는다. 세월이 흐르는 유익함 아니겠는가. 사람도 늙어 감을 한탄하지 말고 그저 세월 따라 잘 익어갈 일이다.

세월이 흐르면 나라의 정권도 바뀌기 마련이다. 찬란한 국운의 꽃을 피우고  국민들을 잘살게 했던 좋은 정권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뀌었지만, 나라의 번영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을 시키고 국민들에게 고생보따리만 안겨준 못된 정권도 바뀌기 마련이다.

이제 나라의 명운을 가를 대통령선거일이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무척 무겁다. 치국(治國)하겠다는 여·야의 유력후보들이 수신제가(修身齊家)도 제대로 못한 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새봄에 피는 꽃처럼 싱그런 국운의 꽃을 다시 피워야 할 텐데,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어느 후보는 목소리조차도 거슬린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이니 말이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전과자에다가 가족비리 등으로 얼룩진 후보까지 갖게 됐는지 암담한 생각마저 든다. 어찌하다 여(與)건 야(野)건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줄만한 듬직한 후보를 내지 못하고, 사람들마다 흔쾌히 찍을만한 후보가 없다는 하소연과 속앓이를 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국운융성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만이라도 제대로 보호해줄만한 사람을 가려내야 하지 않겠는가. 국가를 보위하고 국리민복을 꾀하는 일에 그나마 누가 나을지를 가늠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정녕 좋은 후보가 없으면 덜 나쁜 후보라도 선택해야지 별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와서 여나 야나 후보를 바꿀 리도 없으니 말이다.

흔히들 각종 선거 때가 되면 공약사항들을 비교해서 좋은 후보를 선택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인간 됨됨이부터 먼저 살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공약이 좋다 해도- 특별히 눈에 띄는 공약도 없는 것 같지만- 인간성이 글러먹으면 공약마저도 제대로 지켜질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궤변이나 늘어놓는 후보라면 공약인들 믿을 수가 있겠는가. 공사(公私) 구분이 불분명한데다가, 어제 한 얘기를 오늘에 뒤집고, 아침에 한 얘기가 저녁에 한 얘기와 다르면 믿음이 가겠는가? 

언행이 진중하지 못하고 처신이 가벼운 사람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최고의 지도자로 뽑을 수는 더욱 없는 일이다. 성인 공자(孔子)께서도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공자는 나라를 지탱하려면 막강한 군사력보다도, 충분한 식량보다도,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 따라서 믿음이 서지 않는 사람을 일차적으로 배제해야 할 일이다.

다음으로는 행동거지와 언행이 바른지를 살펴야 한다. 사인(私人)간에도 쌍말이나 욕지거리를 함부로 내뱉는 사람은 인성이나 품격이 결여된 사람으로 의심돼 기피의 대상이 된다. 하물며 공인의 자리에 적합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은 아무리 높은 자리에 앉아있어도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 외국과의 교류관계를 맺는데도 부적합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배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왠지 이번 대선은 이상하게도 추잡한 싸움만 있고, 공약다운 공약은 눈에 띄지가 않는 것 같다. 경쟁이나 하듯이 국민세금을 퍼준다는 공약뿐인 것 같다. 나라 빚은 1000조원이 넘게 천정부지로 느는데도 후보들이 그 위험성마저도 모르는 모양새다. 현 정부 5년간의 실정과 마구잡이식 퍼주기도 지겨운데 차기정부를 책임진다는 후보들마저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니 큰일이다. 지금의 물가 오름이 돈 퍼주기의 역습임을 아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서로의 공약을 비교해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허풍은 없는지 눈속임은 없는지, 실행은 가능한 지를 면밀히 살펴본 후에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싶다.

비록 썩은 사과상자 속에서 덜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선거판일지라도 선거는 꼭해야 한다. 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선거일에 꼭 투표소에 나가야 하며, 무책임한 기권은 금물이다. 우리는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사는 선진국 국민답게 후회하지 않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후손들이 불행한 삶을 살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을 새봄에 피는 꽃 같이 아름답게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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