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일탈로 치부해선 안돼..신뢰 회복위한 자구책 마련 필요

국립 한밭대학교 교수 2명이 교수 채용 대가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사건이 발생해 교수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 보다는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교수 채용 절차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립 한밭대학교 교수 2명이 교수 채용 대가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사건이 발생해 교수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 보다는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교수 채용 절차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상현 기자]최근 대전지역 교수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국립대인 한밭대학교 교수 2명이 시간강사로 활동하던 사람으로부터 교수로 채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다.

대략적인 사건 내용을 보면 이 사건에는 3명이 등장한다. 국립대 교수 2명과 이들에게 돈을 건넨 시간강사. 국립대 교수 A씨는 2003년 조교수로 임용된 뒤부터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 지역사회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B씨는 A씨 밑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학교 안팎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B씨는 2014년 10월께 학교에서 시간강사인 C씨에게 "전임교수 하고 싶으면 3억원을 만들어라"는 말을 전했고, A씨는 B씨에게 "C씨에게 1억원을 먼저 가져오라고 전해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이후 B씨는 다시금 C씨에게 "전에 말한 3억원 중 1억원을 현금으로 준비해서 가져오면 A씨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B씨의 말을 믿은 C씨는 2015년 4월 17일께 전임교수로 임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전달했다. B씨는 C씨로부터 받은 현금 1억원을 A씨 집으로 찾아가 전달했다. 또 B씨로부터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니 상품권으로 200만원을 만들어 와라"고 요구받은 C씨는 곧바로 백화점 상품권 200만원을 전달한 데 이어 항공권, 가요주점 및 골프 접대 등으로 1668만 여원을 더 건넸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2017년 학교내 연구실에서 C씨에게 "내가 밀어주는 총장 후보가 총장으로 선출돼야 너가 전임교수 되는데 유리하다. 총장 선거에서 내가 그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활동비로 2000만원을 마련해 오면 전임교수로 임용시켜 주겠다"며 노골적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고, C씨는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C씨는 A씨나 B씨가 골프를 치거나 술을 먹을 때면 늘상 옆에서 그들의 시중을 들고 비용을 지불했다. 오로지 교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 뿐이었다. 돈을 주면 교수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A씨와 B씨의 꼬임에 넘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C씨는 그토록 바라던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없었고 스스로의 잘못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A씨의 범죄 행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계약직 강사인 피해자를 수차례 성추행 혐의도 추가돼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 5000만원의 중형을 각각 선고했다. 또 A씨에게는 1억 3349만 4000원을, B씨에게는 1430만 여원을 각각 추징했다. A씨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C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대전고법 제1형사부)에서는 A씨는 징역 5년 4월 및 벌금 1억 5000만원이, B씨는 징역 5년 및 벌금 1억 5000만원이 선고됐고, 대법원이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들의 범죄는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이들은 교단에서 강제로 퇴출되는 수모를 겪게 됐지만 이 사건의 충격은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교수직을 돈으로 거래하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대학 교수직이 뒷돈으로 거래된다는 의혹이 많았고 일부에서는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대전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경우 B씨가 C씨에게 처음 돈을 제의했을 때 "나도 임용될 때 A씨에게 돈을 주었다"고 말했다는 게 C씨의 증언이다. C씨의 증언대로라면 적어도 B씨가 교수로 임용될 때는 뒷돈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B씨 스스로 자백한 셈이다. 

재판과정에서도 이런 얘기는 또 나왔다. B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자신이 임용될 당시 A씨에게 돈을 준 사실을 안 동료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만큼 돈으로 국립대 교수라는 자리를 살 수 있고 사 왔다는 얘기가 된다.

어찌보면 일부 몰지각한 교수들의 행태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교수사회가 다시한번 고민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사립대 교수라는 타이틀도 어렵지만 국립대 교수는 더더욱이나 얻기 힘든 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이번 사건은 교수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실망감을 고조시켰다. 재판부도 이들의 죄질이 나쁘다고 본 가장 큰 이유가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것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지성이라는 교수사회가 이번 사건을 두고 어느정도 충격을 받았을까. 현직 교수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다지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교수 채용을 위해 객관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특정인사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현재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교수 채용을 뒷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존재한다.

이 사건을 지켜본 한 인사는 "국립대 교수사회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국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한 인사도 "오래전에는 이런 일이 소문처럼 나돌았는데 현 시대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한 사람의 교수로서 수치스럽고 창피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국립대 교수는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자성이 뒤 따라야 한다"며 "학교 내부 뿐 아니라 교수 개인들도 다시한번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교수사회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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