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대전교통공사, 시민의견부터 들어야

지난 1월 10일 열린 대전교통공사 출범 행사 모습. 자료사진.
지난 1월 10일 열린 대전교통공사 출범 행사 모습. 자료사진.

지난 1월 10일 대전교통공사가 공식 출범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교통공사는 대전시 도시철도를 비롯한 통합교통 프랫폼인 대전형 마스(Maas)와 완전공영제 시내버스, 트램 운영 등의 업무를 포함해서 공공교통 운영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교통전문 공기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여러 산하기관에서 운영중이던 교통문화연수원, 타슈,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의 업무를 이관받아 대전시 주요 교통정책사업 추진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대전교통공사의 출범을 지켜보면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잘 모르거나 무관심하지만, 뜻있는 시민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전에서 교통은 도시 정체성의 뿌리요, 도시발전의 원동력이다. 1905년 경부선이 대전역을 통과하면서부터 2006년 대전 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될 때까지 대전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반면에, 2014년 KTX 호남선 열차가 서대전역을 패싱한 후부터 대전의 인구감소와 침체는 시작됐다. 그 후에도 대전역세권 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도시철도 2호선과 유성복합터미널 건설을 놓고 십수년 째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전부활의 골든타임을 다 놓치고 만 것이 지금 대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전이 교통도시로서의 간판마저 내려놓아야 할 이 절박한 시점에 대전교통공사가 출범한다. 이를 계기로 대전이 과연 교통도시로서 도시의 매력, 저력, 활력을 뿜어내는 기적소리를 다시 낼 수 있을지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2021년 9월에 발표한 ‘대전시 공공교통 혁신전략’에 따르면 대전 교통관련 현안사업들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서 교통서비스의 편의성과 교통복지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대교공의 기본 목표로 되어있어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기대하는 점은 대전교통공사가 대전교통의 장기비전을 제시해서 시민들의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철도와 승용차, 버스와 택시,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그리고 도보 등 대전의 여러 교통수단들에 관해 그동안 제각기 단편적으로 다루어 온 정책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립해서 운영한다면 신설된 공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우려되는 점이 많다. 공사가 비록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출범했지만 지금부터 다음과 같은 준비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첫째, 대전교통공사는 대전교통에 대해서 갖는 시민의견을 청취하는 것에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대전의 시정구호는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이다. 시정의 5대 전략 목표 중 하나도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정’이다. 그만큼 시민을 우선적으로 중시하겠다는 시정 의지의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 7기 동안 대전에서 새 기관이 출범하기 전이나 새로운 정책들을 시행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듣고, 공감대를 얻었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반드시 필요한 주민직접 참여과정을 줄곧 생략하거나 요식행위 정도로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대행정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 직접참여를 경시하는 행정은 존립 자체가 어렵다.

시민 직접참여 보장과 더불어 지방의회에 대한 설득 과정이 생략된다면 민선7기 시정의 목표는 헛구호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관이나 새 정책의 성공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 대전교통공사는 그동안 누적된 대전교통의 여러 문제점과 시민들의 불만사항, 시정에 요구하는 개선안 그리고 대전교통의 미래상에 관한 시민의견을 청취하는데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이 필수적인 절차를 다 거친 후에 공사는 기관 미션과 비전, 경영목표와 전략과제 및 성과지표를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둘째, 현대 도시의 교통은 도시발전과 필수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시민들의 삶의 질은 물론 도시경쟁력, 도심내 균형발전, 도시권 광역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대전시는 충청권 메가시티 거점도시를 목표로 대전 재도약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견인코자 하는 꿈을 꾸고 있다. 그 목표를 향한 주요 사업들 역시 충청권 광역교통망 구축, 충청내륙철도 건설, 트램과 역세권 개발 등 교통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외국의 경우 교통도시로 성장한 도시가 침체위기를 맞을 때 선택한 전략은 교통도시 재부활 전략이다. 대전교통공사가 중심이 되어 대전이 가야할 길이다. 대전교통은 이제 대전시 행정구역을 초월해서 메가시티에 걸 맞는 교통정책을 광역적으로 촘촘하게 새로 짜야할 때다.

셋째, 지방공기업으로서 대전교통공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명감과 전제조건이 있다. 지방기관을 관리하거나 개발방식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관주도로 하느냐 민주도로 하느냐의 결정은 쉽지 않다. 민관 합동방식의 대장동 개발 사업이 부패와 비리로 비화하고,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의 민영개발이 무산되자 지금은 공공주도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이나 공영개발 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단점과 한계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선거의 병폐로 나타난 자치단체 인사에서의 논공행상이나 정실임용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기관경영상 비전문성과 비효율성의 문제로 연결되는 동시에 관의 무분별한 과잉개입, 이른바 ‘관피아(관+마피아)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지하철의 누적된 적자와 준공영제 버스운행의 재정부담을 해소하는 일은 대전교통공사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따라서 대전시와 대전교통공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존중하고 전문성과 경영성에 입각한 인사관리로 관과 정치의 부당한 개입을 얼마나 차단하느냐가 성공의 전제조건이다. 대전보다 앞서 출범한 부산, 인천, 서울시의 교통공사도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조직의 슬림화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으며 친인척 특혜채용과 관 개입 인사비리 문제역시 아직 혁파하지 못한 걸림돌로 남아있음을 대전교통공사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신설된 공사는 대전교통의 현안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한편, 대전시가 미래 충청권의 사통팔달 교통결절지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메가시티를 향해 가는데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교공의 첫 발걸음은 대전 시민과 인근 지역민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데서 업무를 시작하기를 시민들과 함께 기대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