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외 다자후보에 포위, 1대 다수의 싸움
유능 대 무능 프레임 협공에 방어력 ‘취약’
허 시장측 “답답하지만, 정공법대로 간다”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김재중 기자] 재선도전을 준비 중인 허태정 대전시장이 수세국면에 놓였다. 다수 후보가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허 시장의 민선7기 시정운영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 도전자까지 대전시정을 비판하면서 허 시장은 정치적 경쟁자들에 의해 포위된 형국이다.

18일 현재까지 대전시장 출마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국민의힘 후보군은 5명이다. 역대 최다 주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박성효 전 시장을 비롯해 이장우, 정용기 전 국회의원, 장동혁 전 시당위원장,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 등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당 내부에서는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남충희 시당 경제특위 위원장의 등판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허태정 시장의 민선7기 시정운영을 ‘무능행정’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세종이전, K-바이오랩허브 유치 실패 등을 거론하며 현 시정권력을 ‘아마추어 정치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를 ‘유능’대 ‘무능’ 프레임으로 치르겠다는 전략적 목표가 뚜렷하다.

허 시장의 당내 도전자인 장종태 전 서구청장은 ‘유능한 경제시장’을 표방하며 선수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대전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허 시장 책임론을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경험과 경륜을 포장해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는 중이다. 비판의 강도만 다를 뿐 ‘유능’대 ‘무능’ 프레임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은 야당과 동일하다.

물론 5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논리다. 허 시장측 일부 인사들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꺼내놓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대전 패싱’ 허 시장에겐 악재

그러나 여야 대선후보 모두 허태정 시장이 제시해 온 지역발전 전략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허 시장이 현역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시장은 항공우주청 대전 유치와 대전형 바이오산업 육성을 지역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해 왔다. 문제는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경남 창원을 방문 “경남에 항공우주청을 설립하겠다”며 “서부경남에 한국형 나사(NASA)를 만들어서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항공우주청 신설·유치를 주장해 온 대전이 발끈할 만한 내용이다. 실제로 민주당 대전시당과 소속 지방의원들은 즉각 윤 후보 공약폐기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 패싱’은 이재명 후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원도를 그린뉴딜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바이오·헬스 융복합 벨트’ 조성을 약속했다. 강원도에 중화항체 치료제 개발지원센터 설립 지원으로 글로벌 백신・치료제 개발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국책사업인 K-바이오랩허브 유치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전형 바이오산업 육성’을 내걸고 있는 대전시 입장에서는 ‘서운한’ 대목일 수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이 같은 ‘대전 패싱’은 허태정 시장에게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역 정치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허 시장이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했지만, 재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중량감과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역 시장으로 ‘인지도’ 등에서 경쟁자와 비교할 수 없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재선도전이 속성상 정치적 방어전이기에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역대 대전시장 선거에서 연임 시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경쟁자들이 속속 출마선언 등으로 정치무대에 오르고 출판기념회를 열며 세를 과시할 계획이지만, 허 시장은 현역 신분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선거와 관련된 대외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포위된 형국에 방어전을 펼치기도 녹록치 못한 상황이다.

허 시장의 한 측근인사는 정치적 경쟁자들이 이른바 ‘무능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성과 지표 등 구체적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허 시장이 재선도전을 위해 조기사퇴 등을 고려하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쟁자들의 정치공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공법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기 허태정 선거캠프’는 설 연휴 후 공직자 사퇴시한인 3월초까지 약 1개월 동안 조직정비와 공약 등 정책수립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시장은 민선7기를 마무리하는데 주력하고, 캠프는 민선8기를 준비하는 ‘투 트랙’이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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