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면개정 지방자치법 시행에 즈음하여

충남도의회 본회의 모습. 자료사진.
충남도의회 본회의 모습. 자료사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은 1949년 7월 4일 제정되었다. 당시 자치법의 주요 골자에는 서울특별시·도와 시·읍·면의 2계층제, 시·읍·면장의 간선제와 서울시·도지사의 임명제, 단체장 불신임권과 지방의회 해산권이 담겨있어 지금의 법과는 상당히 달랐다.

제정된 자치법에 의거 6·25 동란중인 1952년에 시·읍·면의회와 서울시·도의회 의원선거를 통해 지방자치제가 최초로 도입됐다. 그러나 9년간의 짧은 경험 끝에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전면 중단되다가 1988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1991년 지방의회의가 부활했다. 30년 만에 지방자치를 재개한 것이다.

2007년 지방자치법 개정이 처음 단행됐지만 내용을 손본 것이 아니라 자구(字句) 수정에 불과해서 큰 진전은 없었다. 그 후 지방자치에 대한 많은 논란과 자치분권에 대한 지방의 끈질긴 요구 끝에 지난 2020년 12월, 전부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오는 1월 13일부터 개정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자치법의 전면개정은 국가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지역주민의 삶에 큰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법 개정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향후과제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 자치와 분권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특히, 개정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차기 정부에서 그 후속 법률과 시행령 및 관련 조례들이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차기 정부가 자치분권에 대해 갖는 의지와 자세 그리고 어떤 수준의 수행능력을 보이냐에 따라 지방자치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지금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대선에서 후보들이 내놓을 자치분권에 대한 정책과 공약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정된 법의 내용에는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주민 조례발안제도 개선, 주민감사청구권 확대, 기관구성 다양화 등과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사무직원 임용권과 전문 인력 채용, 중앙·지방 협력회의와 100만 명 이상 대도시 특례제도 도입 그리고 특별지방자치단체의 활성화 등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즉 자치분권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주민주권의 구현 그리고 국정 거버넌스의 협력적 구축이라는 취지에서 그 의미와 성과가 있다.

그러나, 현재 시범실시 중인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이 빠져있어 주민주권 구현이 무색해졌을 뿐만 아니라, 자치입법권은 여전히 제약되어 있고 자치조직권의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더욱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방재정과 관련해서는 개정법에 커다란 변화가 없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여전히 미비해서 새로운 주민자치 시대에 적절한 법률 내용이 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지방자치가 지방중심, 주민중심, 현장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올 해로 31년째를 맞는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지방자치 실시로 나타난 가장 큰 성과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 규정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이 국민들 마음속에 소중하게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지방자치제의 공이 크다.

그 외에도 지방자치를 통해 중앙정국의 혼란과 불안이 지방으로까지 파급되는 현상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여·야간 또는 여·여간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정치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지금의 대선도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지방자치제가 국가사회에 미치는 이 성과와 혜택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 다퉈 지방자치를 지키고 또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차기 정부, 자치분권 정책 성공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의 성과와 문제점을 되짚어 보면 자치와 분권의 길은 어렵고 지난한 길임을 알 수 있다. 정권의 의지와 열정만으로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는 자치분권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준비와 노력을 철저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기로에 선 한국 지방자치와 분권이 바른길을 가기 위해서 헌법적 길잡이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하려면 획일적 지방자치제도를 지양하고, 지역특색에 맞는 다양한 지방자치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서 자치입법권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기관구성, 기능, 지방재정 그리고 주민의 위상과 참여 등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2003년 프랑스는 헌법 제1조를 수정하여 프랑스가 “분권에 기초한 국가”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 선진국일수록 자치분권은 지역의 주권 내지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

둘째, 자치와 분권화를 향한 선진국의 공통적인 추세,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국으로 가야하는 한국의 국가발전 단계, 그리고 성숙해진 국민들의 민주시민의식 수준을 놓고 볼 때, 차기 정부는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앙집권형 국정관리체제’를 이제는 과감히 청산해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상당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이른바 ‘지방분권형 국정경영체제’로 국정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셋째,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신뢰를 얻도록 그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우선, 개정법에서 제시한 대로 의회사무기구의 조직개편과 정원조정을 통한 인사권 독립과 및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을 위한 조례와 규칙이 조속히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인사문제를 놓고 빚어지는 대전시 중구 및 동구의회와 집행부와의 불필요한 갈등은 시행을 앞둔 개정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정된 법의 시행이 지방의회의 위상제고에 기여함과 동시에 그 효과가 주민에게 돌아가려면 집행부와 지방의회는 원활한 협의를 통해 지방의회 정착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이 지방자치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요, 개정된 자치법이 정착하는 바른 길이다.

넷째,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정당공천으로 인한 장점보다 부작용과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불가피하다면 정당공천제의 관행과 과정 그리고 잘못된 공천에 대한 정당 책임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6·1 지방선거부터 당장 개선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잘못된 선거로 지방자치의 첫 단추를 잘못 꿴 채 그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다섯째, 차기 정부에서는 재정분권을 통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난 기간 재정적 분권 노력은 실질적인 세원이양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무늬만 자치일 뿐 지방의 중앙에 대한 의존성 만 키우고 말았다.

차기 정부에서는 우선 재정적 자율성 확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지방세목과 지방세율을 지자체가 100%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 지방채를 100% 자율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권한 등 지방재정 운영의 자율권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지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재정분권에는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동반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치분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들과 청년들의 지방선거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청년들의 비례대표 기회를 늘리는 한편, 그들이 지방선거에서 부담 없이 적극 도전할 수 있도록 선거공영제의 강화를 통해 선거비용 문제를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

대체로 집권 100일내에 새 정부의 성패가 결정 난다고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자유민주체제의 재정립을 통한 국가안보와 경제위기 극복, 공정과 정의의 실현 그리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와 분권의 강화를 중심으로 한 국정의 틀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국정이 성공적으로 시작해서 성공적으로 끝나는 정부가 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자치분권에 대한 큰 그림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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