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부근 도로변에 운동장 철거 반대 현수막 20~30개 게시
"야구 때문에 육상을 못하게 한다" 불만...대전시 "부지 변경 안돼"

내년 3월 철거 예정인 한밭종합운동장 부근 도로변에는 마라톤동호인들이 게시한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내년 3월 철거 예정인 한밭종합운동장 부근 도로변에는 마라톤동호인들이 게시한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지상현 기자]대전시가 허태정 대전시장의 공약사항인 베이스볼드림파크 건설을 위해 내년 3월부터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할 계획인 가운데 마라톤동호인들이 철거를 반대하고 나서 주목된다.

가장 먼저 한밭운동장 철거 반대 현수막을 게시한 단체는 '대전천달리기회'다. 이들은 이달 중순부터 한밭운동장 부근 도로변에 '대안없는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결사 반대', '종합운동장없는 광역시도는 없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들이 나서자 다른 동호인들도 힘을 보탰다. '마라톤교실 회원들'과 '한밭운동장을 달리는 사람들', '대전시 마라톤 동호인연합' 등이 한밭운동장 철거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고 22일 현재 20~30개 가량의 현수막이 운동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이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를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들 뿐 아니라 학생선수들이 운동할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마라톤동호인들은 매일 오전 새벽 시간을 이용해 한밭운동장에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대전지역 주요 육상 학생선수들도 낮 시간대에 한밭운동장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밭종합운동장이 철거되면 마라톤동호인들은 물론 학생선수들이나 전문 선수들도 운동할 곳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공식 대회를 열 수 있는 육상경기장이 없다보니 전국대회를 유치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대전시는 내년 3월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로운 야구장인 베이스볼드림파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는 이를 위해 현재 2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계획대로라면 내년 3월부터 한밭운동장 철거 작업이 시작된다.

대전천달리기회 회원은 "야구 때문에 육상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한밭종합운동장이 철거되면 대전에서는 육상 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이 언제 조성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밭종합운동장은 그대로 남겨두고 현재 보조구장 옆 부지를 매입해 야구장을 짓는 방법도 있다"면서 "새로운 야구장과 한밭종합운동장을 함께 운영한다면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밭운동장 부근 도로변에 게시된 철거 반대 현수막.
한밭운동장 부근 도로변에 게시된 철거 반대 현수막.
한밭운동장 부근 도로변에 게시된 철거 반대 현수막.
한밭운동장 부근 도로변에 게시된 철거 반대 현수막.

이들이 거론한 보조구장은 한밭종합운동장과 인접해 있는 운동장으로 축구장과 트랙이 조성돼 있다. 이들은 이곳 보조구장과 인근 주택가를 매입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야구장을 건설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베이스볼드림파크 부지를 변경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베이스볼드림파크를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한 상황에서 또 다시 부지를 변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밭종합운동장을 대신할 서남부스포츠타운도 내년 2월께 중앙투자심사가 계획돼 있어 기존 계획 변경은 불가하는 게 대전시의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보조구장을 비롯해 주변토지를 수용해 새로운 야구장을 건설하면 한밭종합운동장과 함께 스포츠 메카로 활용할 수 있는 주장인 것으로 보이는 데 이미 모든 절차를 마치고 부지가 결정돼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사항"이라며 "(동호인들 입장에서는)있던 것이 없어지니까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계획된 것을 바꿀 수는 없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새로운 방안으로 전문 육상 선수나 동호인들을 위해 육상 시설을 마련 중이다. 실제 대전시는 한밭종합운동장을 대신해 충남대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한편, 동구와 중구지역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대전대와 한남대 등에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대전시 관계자는 "육상인들을 위해 충남대와 협약을 맺고 육상경기장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원도심 지역에 있는 선수들이나 동호인 등 생활체육인들을 위해서도 대전대와 한남대 등에 훈련장 시설 마련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식이 됐든 대전시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3월 한밭종합운동장이 철거되면, 최소한 대전시가 예상하고 있는 서남부스포츠타운이 건설되는 2027년까지는 육상대회를 개최할 수 공간은 없다. 야구장 건설을 위해 육상인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8일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강원FC간 경기가 한밭종합운동장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당일 경기 시작을 알리는 축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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