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두 번째 이야기] 어정쩡한 사과는 안 하느니 못하다

정치권이 요즘 ‘사과 철’이다. ‘1일 1 사과’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루는 야당 대선 후보, 하루는 여당 대선 후보, 심지어 대통령까지 사과 행렬에 동참했다. 

사과는 무얼 잘못했을 때 용서를 비는 행위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어떤 책임과 죗값을 치를지 밝히며,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게 기본 3요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고 당연히 책임질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송구하다”고 대국민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일상 회복으로 기대가 컸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상실감이 크므로 손실보상과 함께 방역 협조에 대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잘못의 경중을 떠나, 사과의 기본 요건을 충족했다. 사과에 기본 요건 충족이 필요한 이유는 ‘진정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려는지, 아니면 여론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건지 다 보인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사과의 대상이 ‘국민’이기에, 국민의 눈높이와 수준에 부합하는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의 사과는 진정성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부인 김건희 씨 ‘허위 이력’ 논란에 대응하는 태도와 자세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사과한 건지, 하겠다는 건지, 안 한 건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사과할 의향’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여권의 기획 공세가 부당하지만’ 따위의 사족과 토를 달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선 관련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니 어떻게 책임지고 조치하겠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만, 윤 후보가 “국민 눈높이에 미흡해 죄송하다”라고 했으니, 사과를 안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참으로 알쏭달쏭하다.

궤변에 가까운 김 씨 해명부터 대수롭지 않다는 윤 후보와 선대위 초기 대응은 사태의 문제의식은커녕 ‘공감 능력’에 의구심마저 들게 만든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고, 영부인이 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니. 이러고도 30%대 지지율을 '유지(Yuji)'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과연 국민의 눈높이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