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대선 정국, 퇴행적 연고주의와 새 시대의 가치

사진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자료사진.
사진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자료사진.

충청의 아들과 충청의 사위가 맞붙었다. 어떤 후보는 부친의 연고를 내세워 첫 행선지로 세종을 택했고, 어떤 후보는 아내의 연고를 강조하며 충청권을 방문하면서 세종으로의 발걸음은 유보했다. 여전히 태어나 자라거나, 공부하거나, 터를 잡고 일한 적도 없는 곳이 선거 앞에서는 '제2의 고향'으로 둔갑한다.

차기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들의 발길은 곧 메시지로 통한다. 하지만,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법 제도 완비 문제에 깊이 고민하지 않은 답을 내놓거나 세종시 방문 일정을 반복해 취소하는 등 의구심을 갖게 하는 후보 모두 쉽게 민심을 얻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인의 코드 1순위는 여전히 연고다. 연고주의가 역사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충청의 아들이나 사위라는 간판을 강조하는 일은 전혀 발전적이지 않다. 지역이 공유하는 문화와 관습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이점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외나 고립을 심화하기 때문이다.

연고에서 파생되는 혈연, 학연 문화는 우리 정치 속에서 국론을 분열하고, 지역불균형을 만들어왔다. 양대 지역 정치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역사적으로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중요한 것은 연고주의 병폐를 체감한 충청권이 연고주의 타파에 어떻게 소신있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다. 

직장 따라 교육 따라, 도시의 정체성

새 시대의 도시는 어떻게 형성·유지되고 있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값비싼 부동산에 치여 도심 밖으로 떠밀리고 있다. 중장년층은 더 좋은 교육환경을 따라 빚을 내 이사하고, 은퇴한 노년층은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린 고향 대신 최소한의 생활비로 최대한의 안락함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1~2인 가구 증가세만 보더라도, 도시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알 수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는 이를 증명하는 최대의 현상이다. 연고주의를 앞세운 이 시대의 대통령 후보들은 변화한 도시의 생성 요인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 

지금 같은 밥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직장 때문에, 교육 때문에, 생활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다. 국가균형발전 상징도시이자 행정수도가 될 세종특별자치시만해도 늘 ‘이주민들의 도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후보들이 지역을 방문할 때, 충청의 아들, 충청의 사위라는 타이틀 말고 새 시대의 가치를 담은 인사말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청년이 앞에 서고, 공정이 최대 가치가 된 시대. 민심을 똑바로 읽고, 소외된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에 얼마만큼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가 후보를 평가하는 최대 기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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