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전 방문 ‘탈원전 폐기, 원전사업 재개’ 주장
고향(?) 민심 얻으려면, 원자력 안전대책 먼저 제시했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9일 대전을 방문,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원전 살리기 운동단체인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관계자와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지역 공동기자단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9일 대전을 방문,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원전 살리기 운동단체인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관계자와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지역 공동기자단 제공.  

대전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작심한 듯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원전사업 재개’ 의지까지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면서 보수표심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읽히지만, 원자력 안전사고가 빈번했던 대전에서 안전대책을 생략한 채 ‘원전사업 재개’만 강조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윤 후보는 29일 대전에서 원자력 관계자들과 만나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한국 원전의 실태를 알게 됐다”며 “한국의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최고 원전 수출국가로 원전 생태계가 이뤄져 있는데,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관련 산업이 망가지고, 전공 학생들의 60∼70%가 전공을 바꾸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탈원전 정책 폐기를 넘어 원전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냈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정권교체론의 핵심의제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론에 힘을 싣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탈원전 폐기’는 윤 후보에게 꽃놀이패인 셈이다.

윤 후보가 대전을 방문해 ‘탈원전 폐기’를 외친 것은 원자력 관련 연구소와 시설, 대학 등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대전의 원자력 종사자들은 윤 후보 발언에서 ‘희망’을 발견했을 법하다. 그러나 윤 후보 발언이 지역적 관점에서 ‘대전시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대전은 크고 작은 원자력 관련 사고가 발생해 안전이슈에 민감한 지역이다.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지난 2016년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2018년 가연성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 2019년 방사성 물질 하천 유출 등 사건이 발생했다. 한전원자력연료에서도 2018년 폭발사고, 2020년 방사성가스 누출사고 등이 벌어져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원자력안전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질타가 이어지곤 했지만, 원자력시설에 대한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주민지원 대책 등에 있어서도 시민 불만이 크다. 대전에는 고리원전지역 다음으로 많은 3만 1656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돼 있지만 반출실적은 미미하다. 2018년 원자력연구원에서 방폐물 핵종분석 오류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주 방폐장이 반입을 중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정부지원 대책이 있기는 하지만, 대전의 경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한 원자로가 연구용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대전시민은 원자력안전 이슈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때문에 원자력안전대책에 대한 언급 없이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사업 재개’를 강조한 윤석열 후보의 발언이 시민공감대를 얻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는 아버지 고향을 발판삼아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면서 대망론을 이야기하려면, 그 지역 사람들의 관심사 정도는 파악하고 대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자력안전 이슈에 민감한 고향(?) 사람들에게 안전대책을 먼저 약속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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