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4개 광역단체, 주인공 역할만 고집해서야...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자료사진.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자료사진. 

뚜껑이 열렸지만, 기대했던 청사진은 없었다. 지난 23일 제시된 ‘2040년 행정중심복합도시권 광역도시계획(안)’ 속에 ‘충청권 메가시티’ 미래상이 담길 것이란 기대가 컸다. 대전과 세종, 충남·북이 함께 참여한 만큼, 공동의 목표가 제시되길 바랐다. 그러나 ‘충청권 메가시티’는 여전히 지향점 없는 각자도생의 길이란 점만 확인시켰다.

이번 행복도시권 광역도시계획안은 충남·북도 22개 시군을 포함 시키는 등 공간적 범위를 넓혔고, 대전과 세종, 청주, 천안, 내포 등 5개 생활권의 특성을 살려 발전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5개 중심도시와 주변 기초도시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5개 생활권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전은 글로벌 산업혁신 선도도시, 세종은 국가행정 중추도시, 청주는 강호축 중심도시, 천안은 첨단산업 선도도시, 내포는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육성하고 각 생활권을 촘촘한 교통망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미 각 생활권이 갖추고 있는 특성을 강화·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일 뿐 ‘메가시티’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충청권 4개 광역단체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행복도시권 광역도시계획 수립에 메가시티 구상이 담길 것이란 기대 자체가 무리였다는 점만 보여줬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가 ‘충청권 메가시티’라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각자 주인공 역할만 고집하고 있어 시나리오 작성에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때문에 이번 행복도시 광역도시계획안을 바라보는 시각차이도 클 수밖에 없다.

충남은 대전과 청주를 빼놓은 채 내포와 천안, 공주를 연결하는 ‘삼각축 발전 전략’이 담겼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충북은 행복도시 관문으로 청주공항 역할이 담긴 것에 큰 의미를 두면서도 충주, 제천, 단양이 광역도시계획 범위에서 빠진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고 있다. 행복도시 광역도시계획이 공간적으로 행복도시, 즉 세종시를 중심에 두고 주변 인접지역의 연계성을 고려한 장기계획이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기어이 주인공 역할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다른 블록버스터인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는 시나리오 작성이 거의 완료됐다. 지난 10일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은 향후 특별지자체가 수행하게 될 7개 분야 수행사무를 결정했다. 산업·경제, 교통·물류, 문화·관광, 재난·관광, 교육, 보건·복지, 먹거리 등 7개 사무는 개별 광역단체가 아닌 특별지자체가 수행한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사실상의 행정통합이다. 이 계획이 각 광역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승인까지 거치면, 부울경 특별지자체는 7개 사무에 대한 자치권을 갖게 된다. ‘메가시티’ 논의 속에서 실리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주인공 역할만 고집하고 있는 충청권과는 차원이 다른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지역 소식을 잘 알지 못하는 전국구 언론들은 “부울경에 이어 충청권 메가시티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전과 세종, 충남·북은 아직도 각자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메가시티 구상에 골몰해 있다. 충청을 아우르는 큰 정치인도 보이지 않고, 양보와 타협을 이야기하는 소신 있는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말로만 충청 메가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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