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정섭 전교조대전지부장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중도일보>가 연일 대전시교육청을 맹폭하고 있다. 신문은 11월 10일 자 1면 기사에서 10월 21일 만남(이하 ‘3자 회동’)은 공식 협의회였고, 허태정 시장이 설동호 교육감의 제안 즉, 대전시가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인허가를 추진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교육청이 제시한 실시계획 인가 조건을 ‘주택건설사업 승인 전 학교용지 확보’에서 ‘공급 승인 후 2년 이내 학교용지 확보’로 변경하자고 요청했는데 교육감이 이 제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보도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아래 5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3자 회동이 공식 협의회였다면 왜 시장과 교육청은 이를 부인하는가? 

허태정 시장은 시의회 정기현 의원이 밀약 의혹을 폭로한 지난 8일 시정 브리핑에서 “민원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고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행정국장은 9일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기관장이 만나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교육감은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3자 회동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자칫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3자 회동 후 1주일이 지난 10월 28일, 대전시가 당시 배석자였던 도시개발과장 전결로 ‘도안2-3구역 학교용지 확보방안 협의 결과’라는 제목으로 교육청과 유성구청, ㈜부원건설에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장과 행정국장의 해명은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으려는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둘째, 3자 회동이 비공식적 만남이었고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면, 대전시장은 이를 공식화하여 공문으로 시행한 도시개발과장을 문책해야 하지 않나?

허태정 대전시장은 시정 브리핑 당시, 해당 공문이 시의원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공문까지 발송된 사안에 대해 단순한 민원 청취 자리였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장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 또는 실추된 대전시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감사를 벌여야 한다. 과장급 공무원이 기관장의 해외 출장 중 합의하지도 않은 사안을 전결 공문으로 시행했다는 사실은 해프닝으로 마무리할 일이 아니다. 시장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려면 과장 문책이 불가피하다.

셋째, 설동호 교육감은 자신이 건설사 대표에게 한 약속을 소속 공무원이 사실상 파기하고 이행을 거부한 데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나?

김선용 행정국장은 3자 회동에 참석했다가 중간에 출장 차 자리를 벗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행정사무감사 답변에서 “(개발사업 인허가 절차 및 실시계획 인가 조건 변경은) 법령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기관장이 결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무부서인 교육청 행정과 역시 학교용지 확보 시점과 관련한 실시계획 인가 조건을 ‘주택건설사업 승인 전’에서 ‘공급 승인 후 2년 이내’로 변경해 달라는 사업시행자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시장과 건설사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인 교육감이 직접 해명에 나서야 마땅하다. 진실을 말해야 할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것 아닌가. 행정국장이 난타를 당하고 있는데 뒤로 숨는 것은 리더십의 실종이라고 볼 수 있다.

넷째, 건설사 대표가 3자 회동이라는 형식으로 시장과 교육감에게 민원을 냈고, 시장과 교육감으로부터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면 청탁에 해당하지 않나?

대전시가 보낸 공문에 나와 있는 ‘협의에 따른 기관별 향후 이행 필요사항’을 살펴보자. 로드맵에 따르자면, 대전시가 할 일은 ㈜부원건설을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로 지정하고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도시개발법이 아닌 국토계획법으로 행정절차를 진행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10% 이상 토지 수용 요건이 완화되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75~80% 이상을 확보하도록 요구하는 도시개발법과는 달리,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추진하면 해당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67%)만 협의 매수해도 공익 사업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약 의혹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부원건설은 10월 28일 자 ‘협의 결과 공문’을 토지주를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했을 것이다. 또한, 3자 회동 결과 교육감이 학교용지 확보 시점과 관련한 실시계획 인가 조건을 ‘주택건설사업 승인 전’에서 ‘공급 승인 후 2년 이내’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67%를 향해 달려가는 사업시행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3자 회동이 부정 청탁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섯째, 지역의 유력 언론사가 건설회사와 패밀리 관계라고 해서, 3일 연속 1면 톱기사로 사업시행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게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

<중도일보>는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려고 한 교육청 행정국장을 ‘항명’과 ‘위증’ 운운하며 연일 공격하고 있다. “교육감이 조기 레임덕에 빠진 게 아니냐?”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정론직필(正論直筆) 아닌가? 패밀리 건설회사의 사업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아예 대놓고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대전 시민 중 <중도일보>가 부원건설과 한솥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가뜩이나 도안2-1지구, 2-2지구 개발사업 시행자와 특정 지역 언론이 한배를 탄 일로 시끄러운 마당에, <중도일보>가 비슷한 경로를 추구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송사를 비롯한 지역 언론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파헤치거나 조명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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