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 시네마다방 시혜지 대표 인터뷰
연기복싱체육관서 영화 모티브 발견... 서울 생활 접고 조치원행
"2024년 제2의 왕성극장 짓는다" 포부... 3인방 도전 눈길

1960년대 조치원 왕성극장 전경. 시네마다방 제공. 
1960년대 조치원 왕성극장 전경. 시네마다방 제공.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인물의 발굴과 육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서도 새시대를 이끌 새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창간 20주년을 맞은 <디트뉴스24>가 10년 후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동량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주.

사진 왼쪽부터 시혜지 대표와 기생충 시나리오 윤색 김대환 감독, 박하나 홍보팀장. 양서련 운영팀장.
사진 왼쪽부터 시혜지 대표와 기생충 시나리오 윤색 김대환 감독, 박하나 홍보팀장. 양서련 운영팀장.

[이희택 기자] 1960년대 조치원 ‘왕성극장’의 재건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시네마다방’이란 이름의 컬처 크리에이티브팀으로 세종시에 안착한 여성 3인방이다.

시혜지 대표와 양서련 홍보팀장, 박하나 홍보팀장은 세종시와 운명과도 같은 인연으로 지난해 서울 무대를 떠나 조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 대표가 지난 2019년 친구가 있던 조치원에 봄·여름·가을·겨울 놀러오다 아예 눌러앉게 됐고, 서울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함께 일하던 언니 양 팀장과 친구 박 팀장을 불러 들였다.

영화 반칙왕의 촬영 장소로 잘 알려진 연기복싱체육관.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왕성한 상영회에서 뮤지션 김제형의 공연 모습. 시네마다방 제공. 
영화 반칙왕의 촬영 장소로 잘 알려진 연기복싱체육관.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왕성한 상영회에서 뮤지션 김제형의 공연 모습. 시네마다방 제공. 

영화 반칙왕의 촬영 장소로 잘 알려진 ‘연기복싱체육관’이 시네마다방 탄생의 모티브(매개체)가 됐다.

결실은 지난해 9월 지역 문화진흥원 공모 사업 선정으로 이어졌다.

외지인에 대한 지역 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이들은 ‘왕성극장의 재건’ 하나만을 보고 현재를 살고 있다.

이들의 보금자리는 조치원 문화정원 내 작은 사무실. 여기서 영화를 매개로 사람과 문화, 지역을 잇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영화로 소통하고 싶은 이들과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며, 일상을 풍요롭게 할 다양한 정보와 시선을 공유한다. 또 영화, 그 이상의 인문적 가치를 실현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콘텐츠 발굴과 영화 결합형 체험 프로그램 제공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

이것이 바로 시네마다방의 지향점이고, 목표는 2024년 왕성극장 개장에 맞추고 있다. 지난 1년간 1차년도 사업인 ‘고전영화 OST 상영회’로 예열을 끝내고 있다.

최근 진행한 영화 상영회 포스터. 시네마다방 제공. 
최근 진행한 영화 상영회 포스터. 시네마다방 제공. 

▲반칙왕과 튼튼이의 모험(2020년) ▲시네마천국(7월, 연기복싱체육관) ▲기쿠지로의 여름(7월, 조치원 문화정원) ▲기생충(8월, 연기청과) ▲동사서독 리덕스(10월 2일, 침산공원) ▲사운드오브뮤직과 백설공주(16일, 문화정원)까지 지역 명소를 돌며 상영회를 가졌다.

코로나19 상황이 난제로 다가왔지만, 실내 30명~실외 50명이란 소규모 영화제는 지역 사회에 조금씩 문화 지평을 넓혔다.

영화제에 초대 손님이 결합하는 방식이다 보니, 관객 구성도 조치원읍 현지 30%, 신도시 30%, 타 지역 30%로 고루 포진했다. 타 지역 방문객이 행사를 본 뒤 공주 등 인근 지역으로 숙박을 택한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시혜지 대표는 “앞으로 영화제와 (왕성극장) 영화관을 통해 지역민들은 문화 콘텐츠를 즐기고, 타 지역 주민들은 지역에 돈을 쓰고 갈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타 지역 주민들은 천안과 수원, 서울, 부산, 제주 등으로 다양하다. 기업을 만들어본 일이 처음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시 대표를 포함한 여성 3인방의 세종시 도전기.

시네마다방이 짧게는 왕성극장의 재건을 알릴 2024년, 길게는 세종시 완성기인 2030년을 넘어 지역 사회 문화 키워드로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세종시 조치원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시혜지 대표. 
세종시 조치원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시혜지 대표. 

다음은 시혜지 대표와 일문일답.


조치원 문화정원 전경. 이곳은 시민들의 문화 살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치원 문화정원 전경. 이곳은 시민들의 문화 살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네마다방의 리더 3인방 소개를 해달라

“저는 독립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무역학과 졸업생이고, 양서련 팀장은 클래식 작곡을 전공자, 박하나 팀장은 방송작가 출신이다. 세 사람이 만나 시네마다방을 이끌고 있다. 서울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함께 일하던 인연이 여기까지 왔다. ‘극장을 만들자’는 작은 소망이 왕성극장 재건의 꿈으로 향하고 있다.

-신도시가 아닌 조치원을 주무대로 삼은 이유는

“신도심보다 조치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연기복싱체육관과 복숭아, 조치원역, 시장 등 주요 지점과 함께 골목골목마다 좋은 장소가 많다. 문화정원이란 좋은 사무실도 마련할 수 있었다.

여러 지역이 만나는 교통 요충지이다 보니 왕성극장 외 극장 2개 더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의 시나리오 윤색 김대환 감독도 조치원에서 아내를 만났다(웃음).

정동진 독립영화제가 열리는 시점(3일)에는 전국의 젊은이들이 그곳 골목가를 가득 채우고 숙박시설을 예약한다. 조치원이 또 다른 영화 산업의 중심지가 됐으면 한다.”

-시네마다방 명칭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팀 이름이 시네마다방이고, 서울에서 함께 일했던 공간에서 프로그램 명칭으로 썼다. 영화를 보고 음식과 커피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를 가진다.”

조치원 청과 상회도 작은 영화제 무대가 됐다. 
조치원 청과 상회도 작은 영화제 무대가 됐다. 

-시네마다방의 중장기 로드맵이 있다면

“현실적으론 지역문화진흥원의 3~5차년도 사업에 선정되는 게 우선이다. 세종시 지역민들에게 좋은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발판으로 2024년 왕성극장 재건을 꿈꾸고 있다.

영화관을 어떻게 다시 지을 지는 움직이면서 찾을 생각이다. 극장의 크기가 클 필요는 없다. 서울의 독립영화관도 50석을 채우기 어렵다. 극장에서 상생 사업을 함께 하면 좋겠다. 그 안에서 지역 주민들이 오디션을 통해 배우로 출연하고, 지역 문화예술인이 OST를 제작하며, 지역을 무대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고 싶다.

그 전에는 조치원 전역에서 계절별 영화제를 해보려고 한다. 세종시가 지향하는 문화도시에 걸맞는 콘텐츠가 되면 좋겠다.”

-보다 나은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숙제는 무엇이라 보나

“마을 슈퍼 앞에서든 매월 영화 상영회를 하면 좋겠다. (영화관이 만들어지기 이전이라도) 365일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의 이야기에서 문화 다양성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 것이란 본다. 앞으로 영화제 대상층을 젊은층과 어린 아이들로 확대하는 시도도 하고 싶다.”

-끝으로 시민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로운 영화관이 안 지어진다라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웃음). 타 지역 사람으로 이곳에 와서 자생하는게 어려운 일인데 운좋게도 마이너스는 안 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조치원 어르신들도 우리 말고 "젊은이들을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하신다. 2022년에도 시네마다방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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