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남북 잇는 열차, 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임기말 불구 ‘민족이익 차원’, 남북정상 만나야

한기원 칼럼니스트
한기원 칼럼니스트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역사인식’이라는 것은 그 통렬함을 잊은 채 진영논리에 갇혀 있어 왔기에 국민입장에서 몹시 불편했다.
그러니까 불행히도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는 수많은 외세 핍박의 역사에 대해,
그 피눈물나는 선대의 울부짖음에 대해 해방후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진영간 매우 소모적인 다툼으로 점철되었을 뿐 그 ‘역사인식’이라는 것은 매우 얕보였거나 간과됐던 것을 부정하기 어렵지 않았던가.
정치는 말할 것도 없이 사회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문화도 그랬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엄중한 자주적인 역사인식은 여야를 막론하고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그 궁핍함에 좌절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의 임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최근 북한이 끊어져 있던 남북간 통신선을 연결하는 등 남북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최근들어 북한의 태도가 의외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라는 것이 북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기회만 있으면 트집을 잡던 과거와는 놀라울 만큼 사뭇 다르다.

북한의 필요에 따른 결심이건 중국의 작용 때문이건 진심이라면 획기적인 변화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북핵제재 압박국면속에 너무도 갑작스럽고 급격한 반전이라 내용과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경위야 어찌됐건 환영할 만한 일 아니겠는가.

얼마 남지 않은 문대통령의 잔여임기를 고려할 때 성과를 걱정하는 시선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조심스럽게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분위기가 무척 고무적인 것으로 읽혀진다.

민족적 관점에서 남과 북 어느 한쪽의 미덕이라기보다는 남북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증오를 걷어내는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남북이 서로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야말로 그것은 ‘역사’를 마주하는 일이라 믿는다.

남북이 체제나 정권수호가 아닌 오로지 민족이익의 차원에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양보와 인내의 협력으로 만날 때,그 성과는 단순한 ‘긴장완화’를 넘어 전 세계에 보내는 그 가치의 시그널효과는 추산불가다.

그런 점에서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비록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긴장완화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도출해 내지 못한다 해도 우리는 만남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마땅하다.

특히 지금까지 대북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가 다소 소외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족자결’이란 큰 명제를 바탕으로 하는 정상회담이 갖는 채도(彩度)는 더욱 선명해지지 않을까.

문대통령 임기중 2차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 시점에서 나는 그 시기가 좀 당겨졌으면 좋겠다고 본다.
무엇보다 마냥 지체될 경우, 국민화합을 저해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큰 인물은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투철했다.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 바탕에서 현재가 원하는 정의를 실천하려는 보다 진취적인 의지가 문대통령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H.카(Edward Hallett Carr)의 고전 ‘역사란 무엇인가’에 그 답이 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도 이 책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카에 따르면 과거와 미래는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 위치한 추상적 지점일 뿐이라는 점이다. 

즉,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시간은 과거와 미래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당면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가 있어야 우리의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얻을 수 있고 거기에 민족명운이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있어 ‘역사’의 중요한 역할은 바로 우리의 뼈아픈 이산(離散)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지, 단지 현재의 이해를 다투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지금’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독일에 이어 한반도의 평화정착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우리는 그 어떤 기회도 놓쳐선 안되는 불운한 민족적 운명에 처해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그 과정에서 주변국의 영향이나 국제사회의 장치도 중요하지만 결국 남북간의 통일열망과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남북간의 긴장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떻게든 남북이 서로 만나는 일이라 믿는다.

그러니까 남북정상의 만남이 중요한 것은 그 만남이 단지 집권자의 업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과 전체사회의 생명과 재산、그리고 민족운명 전부의 장래를 좌우하고 있다는데 과연 부정할 사람이 그 누가 있겠는가.

우리의 통일문제를 외세에만 의존한다든가 분단의 책임을 언제까지나 남의 탓으로만 미룰 수 없다는 중차대한 사실을 이번 정부, 특히 문대통령은 깊이 새기길 권한다.

남북을 잇는 열차는 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 오색의 찬란한 여정이 남루하지 않도록 남북이 아름다운 화해협력의 수(繡)를 놓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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