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 정코스메틱 배세철 대표이사
고향 아산의 ‘도고온천수’ 화장품, 9개국 수출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인물의 발굴과 육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서도 새시대를 이끌 새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창간 20주년을 맞은 <디트뉴스24>가 10년 후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동량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주.

고향 아산의 특산 자원인 '도고온천수'를 화장품으로 활용, 세계의 무대를 누비고 있는 ㈜정코스메틱 배세철 대표. 그는 도고온천이 프랑스의 아벤느 못지않은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안성원 기자.
고향 아산의 특산 자원인 '도고온천수'를 화장품으로 활용, 세계의 무대를 누비고 있는 ㈜정코스메틱 배세철 대표. 그는 도고온천이 프랑스의 아벤느 못지않은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안성원 기자.

“고향이라고 특별하게 물리적인 이익을 본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동네’라는 마음만으로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런 게 알게 모르게 회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서 화장품 제조 기업 ㈜정코스메틱을 운영하고 있는 배세철(42) 대표는 온양중, 온양고를 거쳐 순천향대학교까지, 아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특히 배 대표는 지역 특산 자원중 하나인 ‘도고온천수’를 활용한 화장품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미스트와 크림 등 40여 개 제품을 선보였고, 도고온천관광단지 내 타임호텔과 1일 1톤의 온천수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도고온천수를 활용한 화장품을 해외 9개국에 수출하는 등 충남 수출 신장에 이바지한 공로로 '제57회 무역의 날'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 자원인 온천수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온천수 성분을 활용한 제품을 늘려갈 계획이다. 아산시도 배 대표의 활동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홍보 및 마케팅 활동에 높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프랑스의 아벤느라는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데, 파리에서 6시간이나 떨어진 조그만 온천관광도시 이름입니다. 관광지 안에 본사가 있는데, 브랜드가 유명해져 연 600만 명씩 방문하는 명소가 됐어요. 전 도고온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역 출신 기업인으로서 아벤느 못지않은 위상을 꿈꾸는 건 도전해볼만 하다 생각해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했다. 배 대표가 바라보는 아산과 도고온천수의 비전이기도 하다. 

아산 도고온천, 프랑스 아벤느 못지않은 가능성  
“고향과 모교의 든든함, 성공 기운 된 듯”

배 대표의 이력은 의외로 화장품과 별 연관이 없었다. 공대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학사장교로 입대해 7년간 군 생활을 마치고 육군 대위로 전역했다. 화장품 회사에 근무 중이던 부인을 만나기 전까진 화장품의 ‘ㅎ’자와도 인연이 없었다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본인의 자신감의 배경으로 '열등감'을 꼽았다. 그리고 고향과 모교의 '든든함'이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본인의 자신감의 배경으로 '열등감'을 꼽았다. 그리고 고향과 모교의 '든든함'이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도 제품에 대한 관심 보다는 ‘경제적 비전’이 때문이었다. 즉, 돈이 될 사업이라고 판단했고, 사업 시작도 ‘유통’에서 출발했다.

“2009년 전역 후 아내와 아산에 정착해 유통업체를 설립했어요. 두 사람의 퇴직금을 닥닥 털었죠. ‘K-뷰티’가 부상한 시점이라 경쟁력이 있다고 봤는데, 딱 들어맞았습니다. 2015년에는 유통이 아닌 고유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에 기존 유통업체는 아내에게 맡기고 순천향대 산학협력관에서 1인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운 좋게도 성공적이었고 지금의 정코스메틱까지 성장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배 대표가 사업 거점으로 결정한 과정을 보면 한결 같이 '든든함'이 기준이었다. 1인 창업에 도전할 당시, 모교의 배려로 신축 건물에 배정됐음에도 그는 예전에 공부했던 강의실이 있는 낡은 건물로 자처해 입주했다. 4년 내내 즐거웠던 대학시절 추억이 서린 곳이라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고.

아산에 정착해 처음 회사를 세울 때도 마찬가지. 유통업체 본사를 모두의 우려에도 고향 아산에 둔다. 일반적으로 큰 도시에 본사를 세워 중소도시의 대리점주나 뷰티샵 원장들이 찾아오는 업계의 관행과 반대였다. 심지어 건물을 올린 곳은 어린시절 자신이 살던 집터였다. 현 ㈜정코스메틱 부지도 순천향대 인근 신창면 일원이다. 

“전문가용 제품이라 본사 집합교육이 필수인데요, 보통 대도시로 교육 가는 경우가 많죠. 충청권 경쟁사도 대부분 대전 아니면 청주, 천안에 본사를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 일부러 온양(아산의 옛 명칭) 시내에 본사를 세우고 찾아오게 했어요. 그럼에도 다행히 잘됐어요.”

이쯤 되면 고향의 막연한 '든든한 기운'으로 운 좋게 성공한 사업가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고민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탄탄한 성장세 '금수저' 오해하기도
성장 동력 '열등감', 끊임 없이 도전 

지난해 도고온천수 공급 협약을 체결한 배 대표.(오른쪽 두 번째).
지난해 도고온천수 공급 협약을 체결한 배 대표.(오른쪽 두 번째).

그의 탄탄한 성장기를 바라보는 주변에서는 '금수저가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그만큼 거침이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그 배경은 다름 아닌 ‘열등감’이었다. 늘 자신에게 '아직 부족하다'고 몰아붙였고, 그걸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왔다.

“40대 초반에 기업 대표를 지내다 보니 나름 잘난 맛에 사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죠. 그런데 전 오히려 ‘열등감’이라고 말해요. 5년째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충남수출기업협회 회원분들을 보면 ‘난 언제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남들보다 더 늦게 자고 더 빨리 움직이려 해요.”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거나 배구·야구·농구·골프 등 가리지 않는 운동실력. 1년에 150일 이상 외박을 할 정도로 빡빡했던 업무일정, 학생회장과 과대표 등 특유의 친화력까지.. 그 모든 것의 원천은 ‘열등감’이었다는 게 배 대표의 말이다. 

"아직도 목마르다"는 히딩크 감독의 유명한 어록처럼 그의 시선은 지금도 멀리 향하고 있다. 자신이 잘 돼야 주변인들이 잘 되고, 고향을 위해 하나라도 더 움직일 수 있다고 되뇌고 있다. 

“12년 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입사한 직원이 아직도 다니고 있어요. 그 친구에게 ‘내 브랜드를 만들고 세계 곳곳에 팔고 다니겠다’고 말했는데, 하나씩 지켜가고 있습니다. 그 친구를 비롯해 제 주변 사람들이 ‘당신 덕에 잘 돼서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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