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통해 국민에게 받은 사랑, 
이젠 어린 꿈나무들에게 돌려줘야

무엇이 인생의 최우선 가치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탐구해 실천할 때

한기원 칼럼니스트
한기원 칼럼니스트

최근 충남 서산시의 80대 한 익명의 어르신은 추석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국민연금 수령액을 아끼고 아껴가며 모은 꼬깃꼬깃한 돈 150만 원을 서산시에 기부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독지가가 정작 자신은 전셋집에 살며 돈을 모아 남모르게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뜨거운 감동을 줬다.

평생 김밥을 팔아서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기꺼이 사회에 헌납했다는 소식은 일상에 젖어 사는 세인들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나와 가족만을 위하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이런 아름다운 기부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는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구나 하고 박수를 보내게 된다.

최근 스포츠스타들의 예능계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물론 은퇴후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어 ‘일도 하고 돈도 벌자’는 단순한 생각이 대다수이겠지만 이걸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들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사실 한켠으로 몹시 불편하다.

한 때 축구, 농구, 야구, 씨름 등 각 종목에서 화려한 국가대표를 거치며 전 국민적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스타들이라서 ‘과연 그 길 밖에 없었을까’하는 자괴감은 더욱 크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그들은 과연 ‘재능기부’나 ‘나눔’이라는 말을 알기나 하는 걸까.
얼마나 많은 스포츠꿈나무들이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산간벽지나 척박한 무명의 그늘에서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그 새까만 눈동자들의 희망이 되어 줄 수는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대중앞에 나서고 있을까.
단연코 아니다. 대부분 돈도 벌만큼 벌어 본 그야말로 스포츠 갑부들 아니던가.

이런 점에서 민망할 수준의 분장을 하며 TV화면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으로 딱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국민에게 받은 어마어마한 사랑, 그 자산을 선뜻 사회에 내놓을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들만 유독 ‘나눔문화’에 대해 잊고 살고 있으며 오로지 자신만의 도덕적 판단에 따라 연예프로그램에 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 스포츠스타들도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사회처럼 시스템적으로 사회공헌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 우리도 어엿한 선진국 아니던가.

은퇴한 스포츠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사실 국민들에게 큰 관심거리다.
그들이 재능기부나 ‘나눔’을 통해 아름다운 선행에 나설 때, 그렇잖아도 힘든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GNP를 높여 줄 수 있는지를 깊이 새기길 권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그들 스스로 땀으로 승화시켜 무엇이 인생의 최우선 가치인지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우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해야 하는 당위성을 그들 스스로 탐구해 실천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

무엇보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그들 스스로 ‘나눔’이 ‘윤리’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온기를 펼칠 때 사회전반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있으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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