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 장부 세종시삼십분 대표이사
로컬재료 활용 식음료업계 예비마을기업 선정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인물의 발굴과 육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서도 새시대를 이끌 새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창간 20주년을 맞은 <디트뉴스24>가 10년 후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동량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주

세종시 예비마을기업이자 지역 F&B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장부 세종시삼십분 대표이사. 사진은 연서면 목장에서 나온 원유를 가공해 만든 요거트를 선보이는 연서데어리 매장. 한지혜 기자.
세종시 예비마을기업이자 지역 F&B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장부 세종시삼십분 대표이사. 사진은 연서면 목장에서 나온 원유를 가공해 만든 요거트를 선보이는 연서데어리 매장. 한지혜 기자.

갓 짜낸 원유와 우유를 가공해 만든 신선한 요거트까지. 세종시 읍면지역에서 생산된 로컬 원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도시민들에게 전하는 사람이 있다. 세종시 예비마을기업 세종시삼십분 장부 대표이사다.

장 대표는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레스토랑 오픈 성공 이후 올해 ‘연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구도심 지역명인 ‘연서’로 브랜딩한 작은 가게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연서그라운드’ 목장에선 제품 생산과 체험 프로그램을, 새롬동에 위치한 ‘연서데어리’에선 원유로 만든 신선한 요거트를 소개하고, 반곡동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내 구내카페인 ‘연서로스트’에선 시그니처 라떼 메뉴를 내놨다.

올해 9월 기준 세종시 젖소 사육 두수는 약 4200두로 지역 내 87개 농가가 운영되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장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중 53개 농가(60.9%)가 연서면에 집중돼있다.

조용한 신도시 식·음료계에 ‘로컬’ 색을 입히고 있는 장 대표. 시작은 조치원 특산물 복숭아를 활용한 수제맥주, ‘세종피치에일’이었다. 인근 공주 브루어리(Brewery)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이 맥주는 달달한 향에 쌉싸름한 끝맛, 에일 특유의 상큼함까지 더해져 손님들의 입맛을 금방 사로잡았다.

“세종시삼십분의 색깔은 분명합니다. 지역 식문화를 로컬로 풀어내는 거죠. 로컬 식재료를 가지고 프랑스 음식을 선보인 ‘비스트로 세종’, 이 첫 레스토랑에서 조치원 복숭아를 소재로 한 지역 맥주를 런칭한 일이 시작이고요. 이제가진 소량만 생산해 매장 내에서만 판매했는데, 유통도 준비 중입니다. 동마다 있는 로컬 슈퍼마켓에 들어가는 게 1차 목표예요.”

청년 구직자에서 고용주로

연서그라운드 목장 내에서 진행 중인  체험 모습. 세종시삼십분 제공.
연서그라운드 목장 내에서 진행 중인  체험 모습. 세종시삼십분 제공.

연서 프로젝트는 요거트 생산 설비를 찾다 전환점을 맞게 된다. 목장 주인을 통해 해썹(HACCP) 인증을 갖춘 시설을 알게 됐고, 잠재력을 알아본 농장주가 체험시설까지 맡기면서 사업이 구체화됐다. 그날 나온 원유를 바로 살균해 만든 우유와 요거트는 제품 질 측면에서도 큰 차별성을 갖는다.

매장에서는 제철과일과 견과류를 곁들인 그릭요거트볼, 플레인 그릭요거트, 샐러드와 요거트로 만든 인도 전통음료 라씨,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 중이다.

“우유가 하루에 두 번 나와요. 아침에 짠 우유를 받아서 바로 살균해 요거트를 만듭니다. 목장 내에 생산시설이 있어 바로 제품화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죠. 로컬푸드 직매장인 싱싱장터에도 납품되고 있어요.

농정원 카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업체를 찾던 노조 측과 인연이 닿아 이뤄졌는데, 농장에서 나오는 신선한 우유와 연유를 넣은 연서라떼가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텀블러를 가져오면 통 크게 1000원을 할인해드리는 환경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그는 로컬 브랜딩 사업을 시작하면서 10명의 청년 직원들을 고용했다. 2014년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주한 뒤 그야말로 ‘생계형’ 구직자로 일했던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변화다.

“아이는 태어나기 직전이고, 새벽에 일어나 떡집 아르바이트, 헬스장, 카페, 대리운전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스타트업계에 들어가 마케팅 일을 하면서 창업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나 같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 생계를 찾다가 남의 생계까지 걱정하게 된 거죠. 다만,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가치 중심적인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요.”

세종을 찾은 여행객이나 일상 속 주민들이 지역을 다시 생각해보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새로 구상 중인 (가칭)조치원프로젝트는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고, 쇠락한 동네를 되살리는 일과도 직결된다.

“사실 세종에 와도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념품이나 굿즈가 없잖아요. 한 도시를 방문했으면 추억 하나쯤은 있어야죠. 세종시삼십분이 하나쯤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로컬재료를 활용한 맥주와 요거트를 만들어보고, 굿즈도 제작하고, 목장 체험도 시작한 겁니다.”

‘철도’ 구심점 삼은 도시재생 협업 모델

세종시삼십분 첫 사업인 비스트로 세종 레스토랑을 통해 선보인 수제 맥주 세종피치에일. 한지혜 기자.
세종시삼십분 첫 사업인 비스트로 세종 레스토랑을 통해 선보인 수제 맥주 세종피치에일. 한지혜 기자.

세종시삼십분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로컬크리에이터 협업사업에 선정됐다. 2개 이상의 팀이 모여 진행하는 협업 사업으로 철도 도시 대전과 세종을 잇는 ‘패스매거진’ 발간이 활동 주제다.

“무궁화호 기차로 대전역과 조치원역이 30분 거리예요. 하루 여행 코스로 충분하죠. 기차는 여행의 설렘을 느끼게 하는 최고의 교통수단이고요. 조치원에서 대전 소제동을 구경하는 코스를 주제로 매거진에 노포 소개, 지역 지도, 상권 할인권, 기차 시간표 등 종합적인 정보를 담을 예정이에요. 매거진 사업이 잘 되면, 역으로 코레일에 제안할 수도 있겠죠.

조치원은 철도라는 오래된 역사가 있는 도시예요. 대전뿐만 아니라 충북선을 따라가면 제천과 청주, 충주와도 연결되고, 전라선은 익산, 군산과 이어집니다. 전국 지역의 로컬팀과 협업해 매거진 사업을 확장하고, 거점을 조치원으로 삼고 싶어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단순 향유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의 소비를 동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동지역에서 시도한 F&B 성공 사례를 원도심에 이식해 보려는 시도도 꿈꾸고 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꿈 이상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해요. 단순히 사장이 되고, 가게를 경영하는 것을 넘어 동종 필드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시너지를 내며 가치를 창출했으면 합니다. 관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내고, 나아가 성공까지 해서 더 많은 청년들을 고용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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