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여든여섯번째 이야기] 어렵게 살린 정권교체 불씨 꺼뜨릴건가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 홈페이지.

2021년 6월 11일. 헌정사상 제1야당 첫 30대 당 대표가 탄생했다. 역사적 상징성과 함께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다. 40대였다면 대권까지 넘볼 기세였다. 

‘아기호랑이’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초선이고 중진이고 할 것 없이 찧고 까부른다. 당 대표를 마치 ‘어린애’ 다루듯이 한다. 그사이 어렵게 살린 ‘정권교체’라는 불씨는 사그라들고 있다.  

‘이준석 신드롬’은 단순한 인기 영합주의가 아니었다. 4.7재보선 승리는 정부 여당에 실망한 2030세대가 쏘아 올린 정권교체의 바람이었고, 그 바람의 산물이 ‘당대표 이준석’이었다.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호한 게 두 달 전이다. 

30대 당 대표는 백 팩을 메고, 따릉이로 국회에 출근했다. 대변인은 ‘슈스케’ 방식 오디션으로 뽑았다. 오랜만에 보는 ‘야당다움’에 보수와 중도는 열광했고, 진보는 식겁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친이, 친박으로 대표하는 옛 주류가 ‘어른 행세’를 하고 나섰다. ‘꼰대들’이 장강(長江)의 물결을 거스르려 몸부림친다. 운전사는 국가대표급인데, 낡은 엔진을 장착해서야 속도를 낼 수 있겠나.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고장 나거나 퍼지고 말 일이다. 

혹자는 이준석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을 민다고 의심한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유승민계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며 ‘내부 총질’에 몰두하는 형세다. 고래·멸치 ‘어장 다툼’이나 의도가 빤히 보이는 ‘안철수 철수’도 당 대표 탓으로 돌린다.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자유한국당 대표였어도 그랬을까. 

정당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왜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하는가. ‘내로남불’에 힘으로만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여론은 높은데, 야권 대권 주자와 정당 지지율은 왜 그에 못 미치는가. 내년 대선까지 ‘민주당 헛발질’로 거저 먹겠다는 심산이라면 큰 오산이다.

입으로만 ‘혁신과 변화’를 떠들었다. 그걸 바로잡고 고쳐보겠다고 당원과 일부 국민은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을 대표로 세웠다. 그런 당 대표를 하루가 멀다고 흔들어대니, 정말 ‘탄핵’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국민의힘은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당은 후보 중심으로 돌아간다. 석 달 후면 이 대표는 뒤로 빠진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그만큼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까. 2030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이어가며 정권교체 상징으로 뜰 수 있을까. 

석달은 짧지만 긴 시간이다. 이참에 유망한 신인을 발굴하고, 등용해 키워야 한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실천하는 ‘혁신’이고, 미래를 위한 준비 아니겠나. 

‘도로한국당’, ‘도로친박당’이 되고 싶은가. 이준석이 살아야 국민의힘도 살고, 정권도 교체할 수 있다. ‘황교익 리스크’에서 벗어난 민주당이 내쉬는 안도의 한숨이 유난히 크게 들린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