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여든다섯번째 이야기] 플랫폼 튼튼해도 콘텐츠 별로면 ‘외면’

지난 9일 정당 사상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민주당 유튜브 플랫폼 ‘델리민주’ 갈무리.
지난 9일 정당 사상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민주당 유튜브 플랫폼 ‘델리민주’ 갈무리.

“아무리 기술이 좋고 플랫폼이 튼튼해도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별로라면 사람들은 외면할 겁니다.”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김상균·신병호 지음)라는 책에 수록된 내용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과 현실이 혼재하는 공간인 셈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이 계속되면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고 있다.

시류에 민감한 정치권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정당 사상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가상공간에 회의실을 만들어 놓고, 캐릭터(아바타)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대선 경선에도 메타버스를 도입하기로 했고, 국민의힘도 경선 과정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 예정이다. 

여야 대선 경선 후보들은 이미 메타버스에 올라탔다. 이재명·이낙연·정세균·박용진·김두관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식과 기자회견, 각종 행사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하고, 일부는 ‘부캐’로 활동하고 있다. 야권에선 원희룡 후보가 소통 중이다. 

대선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눈길을 끈 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대선 후보 시절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통한 선거 유세로 주목받았다. 

메타버스 열풍은 특히 ‘MZ(20·30대)세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불고 있다. 내년 대선 승패를 좌우할 청년층을 잡으려면 메타버스를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판세를 가른 것도 청년층이고, 30대 야당 대표 탄생 배경에도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MZ세대’가 메타버스를 주도할지 몰라도, 기성세대 탑승 시점도 멀지 않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에 등장한 메타버스가 대선을 계기로 그 세력을 넓히는 환경과 구조가 만들어질 거란 근거는 여기에 있다.

문제는 메타버스가 아니다. 1차원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경선버스 노선 갈등에 있다. ‘백제’ 발언부터 ‘경선 불복론’, ‘가두리 양식장’에서 ‘당대표 탄핵’까지. 볼썽사나운 네거티브를 가상세계에서까지 보고 싶은 국민이 있을까. 

새로운 문명의 공간에 무대(경선)를 설치한들, 그 안에 있는 콘텐츠(후보·정책)가 낡고 부실하면 무용지물이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버스에 올라타 표를 낼 승객(유권자)은 없을 테니. 1차원적 정치로 3차원 가상세계를 공략하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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