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IN충청-⑩] 쑥쑥 자라는 기특한 여름 채소
밀가루 면 대신, 영양만점 오이 콩국수 한 그릇

충청도의 사계절이 특별한 이유는 ‘음식’ 때문이다. 풍요로운 대지에서 길러진 다양한 농산물과 포근한 서해 바다에서 채취한 수산물, 풍미를 높이는 요리법까지. 이곳에선 365일이 미식(美食)의 시간이다. 제철 요리와 특산물, 대표 음식을 소재로 한 대전·세종·충남 음식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종시 금남면 이은복 농부가 재배하고 있는 오이. 세종시 제공.
세종시 금남면 이은복 농부가 재배하고 있는 오이. 세종시 제공.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맺히는, 허기보단 갈증이 먼저인 계절, 여름이다. 더위 극복에는 이열치열 보양식이 최고라지만, 당장 이마에 맺힌 땀부터 식히는 게 우선이다.

목마를 때 찾게 되는 여름 채소, 오이. 날것 그대로 찬물에 씻어 먹어도 시원하고, 와작와작 씹는 소리만으로도 청량함이 느껴진다. 아삭한 오이 하나면 한여름의 더위도 끄떡없다. 무엇보다 오이는 도망간 입맛을 찾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세종시 오이 농가는 약 60여 곳. 이중 오이작목반은 딱 1곳, 남세종작목반이 유일하다. 금남면에는 대전 유성구 봉산동 테크노밸리 인근에서 오이 농사를 하던 농부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개발이 진행되면서 보상을 받은 뒤 인근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에 보금자리를 옮겨 농사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금남면에서 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은복 농부는 이때 이주한 농부 중 한 명이다. 당시 함께 넘어온 12개 농가가 금남면 용포리, 황룡리, 발산리 등 곳곳에 흩어져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세종에서 최초로 작목반을 꾸렸고, 세종시오이연합회를 구성해 작목 연구를 시작했다.

이은복 농부 부부가 함께 수확한 오이는 봄부터 여름까지는 대전 오정농수산물시장, 노은농수산물시장, 농협 등에 납품된다. 겨울에는 보통 서울 가락시장으로 간다. 농부들 대부분은 심고, 수확하고를 반복하며 거의 연중 오이를 재배한다.

오이는 기특하게도 스스로 잘 자라는 작물 중 하나다. 오죽하면 ‘장마에 오이 굵듯’이라는 속담이 있을까. 좋은 기회나 환경을 만나 무럭무럭 잘 자라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환경만 잘 맞으면 하루 이틀 사이에도 쑥쑥 크는 채소가 바로 오이다.

오이가 특히 여름에 사랑받는 이유는 수분 보충 효과와 찬 성질 때문이다. 오이의 95%는 수분으로 이뤄져있다. 오이 속 칼륨 성분은 나트륨 배출을 돕는데, 오이 한 개에는 하루 칼슘 섭취량의 25%가 들어있다.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해 갈증과 소화에도 유익하다. 성질이 차가운 채소인 오이는 여름철 몸속 열을 식혀주는 데 으뜸이다.

여름 한 철 음식, 오이콩국수

오이를 얇게 채썰어 면으로 활용한 오이콩국수.
오이를 얇게 채썰어 면으로 활용한 오이콩국수.

시중에서 딱 한 철만 먹을 수 있는 여름 별미 콩국수는 맛부터 영양까지 만점인 음식이다. 걸쭉한 콩물과 쫄깃한 면발, 채 썰어 올린 오이고명은 더위를 물리치기에도 제격. 주인공을 바꿔 고명인 오이를 면으로 활용하면, 소화에도 좋은 한그릇 음식이 된다.

콩물은 깨끗하게 씻은 콩에 물을 붓고 6시간 정도 불려 만든다. 불린 콩 분량의 2배 가량의 물을 붓고, 티스푼 한 숟갈 분량의 소금을 넣어 센 불에 삶으면 된다. 콩나물을 삶을 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뚜껑을 열거나 닫아야 하고, 콩을 뒤적이며 삶으면 비린내가 나 주의해야 한다.

15분 이상 팔팔 끓여준 뒤에는 물을 버려 열기를 식혀주고, 콩가루 한 티스푼과 참깨 소량을 넣어 믹서기에 곱게 갈아준다. 간 콩물을 체에 한 번 걸러주면 부드러운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믹서기에 갈 때에는 호두나 잣 등 견과류를 추가하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콩을 불려 만드는 콩국물이 번거롭다면 시판 콩물을 사용하면 간편하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주인공이 여름 오이를 재료로 콩국수를 만들어 먹는 모습.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주인공이 여름 오이를 재료로 콩국수를 만들어 먹는 모습. 네이버영화 제공.

오이를 물에 잘 씻어 준비하고, 껍질은 식감에 따라 벗겨도 되고, 벗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물컹한 씨 부분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 주방도구인 채칼이나 스파이럴라이저(spiralizer)를 이용해 오이를 채써는데, 국수면처럼 길게 뽑는 것이 핵심이다.

채 썬 오이를 돌돌 말아 그릇에 담고, 콩물을 부어준 후 삶은 달걀이나 토마토, 사과 등을 고명으로 올리면 시원한 오이콩국수 한 그릇이 탄생한다. 충청도에서는 보통 콩물 간을 소금으로 하지만, 취향에 따라 설탕을 첨가할 수도 있다.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하게 먹고 싶다면 얼음 서 너 개를 동동 띄우면 된다.

고기 한 점 없이 단출한, 콩과 오이로 만든 고단백 한 그릇 음식.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도, 영양면에서도 충분한 한 끼 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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