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총장, 
거듭되는 실언(失言)에 ‘정치가 처음이라 봐달라’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배신, 결국 인사권

7천여명 인사권 쥔 대통령직을 ‘약탈“쯤으로 여기는 걸까
자연이 실어다 주는 ’바람 한 점‘ 소중히 여길 때

한기원 칼럼니스트
한기원 칼럼니스트

그러니까 80년대 초반 이맘때쯤이었던가.
필자는 당시 방학에 구 도청 옆 경암빌딩 지하에 마련돼 있던 조그만 야학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는 자정 무렵, 나는 주간에 공장 일을 마친 학생들의 지친, 검은 눈망울을 보며 그 눈망울만 거기에 두고 오는 그런 느낌이 들곤 했었다.

잔뜩 피로에 지친 얼굴로 날 배웅하던 그 눈동자,
여러번 손을 휘젓던 그 따스한 손길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여전히 염제(炎帝)속에 자연은 온통 초록의 향연이다. 
이 뜨거운 계절에 우리는 지금 ‘권력’을 탐하는 이들과 마주하고 있다.

논어에 "가여언이불여지언(可與言而不與之言)이면 실인(失人)이요, 불가여언이여지언(不可與言而與之言)이면 실언(失言)이니"라는 말이 있다.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과 말하지 않음은 사람을 잃음이요,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 사람과 말함은 말을 잃음이다" 
우리 삶에서 사람과 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한 대통령 예비후보의 설화(舌禍)가 세간의 눈총을 따갑게 받고 있다.
그 중심은 단연 국민의 힘 소속 윤석열 전 검찰총창이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을 ‘약탈정권’,  ‘120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는 주장으로 지탄 받은데 이어  이른바 ‘부정식품’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을 불렀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저서를 인용하면서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해 가난한 이들은 질 낮은 음식 먹어도 되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다 그는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권력’이란 무엇일까.
결국 인사권이다.

아직도 문재인 정부는 임기말인데도 불구, 정부부처 주요 인사에 대한 인사권, 즉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아직도 뿌리깊은 조직사대주의에 기초한 이른바 권력기관의 철저한 이기주의에 의한 조직결속력이 만연돼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검찰의 수장이었던 그도 여기서 결코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인사권 행사 범위는 어림잡아 무려 총 7000여 명에 달한다.

헌법기관, 행정부 고위직, 대통령 직속위원회, 공기업, 준정부기관, 특정직 공무원 (검,경 포함) 등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러다 보니 인사에 있어 왜 공과가 없겠는가.

우리는 이 정부 아래서 윤 전 총장이 우리 국민이 당했다고 주장하는 ‘약탈’ 이니 ‘부정식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언젠가 조목조목 밝혀 주길 기대할 뿐이다.

지금이 대한민국의 대권후보로 나선 사람이 과연 지지율만 믿고 국민을 볼모로 자신의 무지한 어휘구사력에 대해 인정하기는 커녕 사사건건 ‘정치는 처음’이라 ‘봐달라’고 한가롭게 어리광만 부릴 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의 막강한 검찰수장이 오늘 특정 정당 어깨띠를 두르고 정권타도를 외치며 ‘워이 워이’ 손을 휘젓고 다니는 모양새가 참으로 어색하기 그지 없다.

자연이 인간에게 실어다 주는 ‘바람의 눈맞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의 고사리 손뼘만큼이나 될까, 
세상사 참 허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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