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지난 7월 26일, 대전광역시교육청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보내온 전교조-교육청 단체협약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 확인 행정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국가기관인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낸 초유의 사건을 두고,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확률이 높은데도, 내년 교육자치 선거에서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보자. 전교조대전지부는 2008년 7월 김신호 당시 교육감과 단체협약을 맺은 이후 무려 13년간 무단협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단체교섭을 요구해 협상이 진행되었으나, 법외노조 사태로 4년 넘게 중단되었다. 법적 지위 회복으로 작년 9월 단체교섭이 재개되었지만, 교육청의 무성의한 태도로 협상이 결렬되었다. 올해 5월 한 달 중노위 조정을 통해 합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마저도 실패하여, 결국 지난 7월 9일 중노위 중재안이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대전시교육청은 이토록 힘겹게 가시밭길을 걸어온 전교조대전지부를 위로하기는커녕, 중재안에 위법 또는 월권의 내용이 들어있다며 법적 다툼으로 몰고 갔다. 대전시교육청공무원노조는 “중재안이 일반직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킨다”며 펼침막 게시, 1인시위,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교육청의 의사결정에 한몫 거들었다. 그들은 왜 소송까지 불사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것일까.

해당 중재안 중 핵심 쟁점은 “교육청은 교사가 전문성을 향상하고, 수업 및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무 행정업무는 최소화하며, 일반 행정업무는 담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도한다”는 문장이다. 중노위가 “구체적인 업무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교육청과 관련 노동조합 및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연구·협의 기구를 구성·운영”하라고 중재에 나섰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로 거부 입장을 냈다.

교사가 일반 행정업무를 맡으면 절대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도하라는 것인데, 왜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제4항은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5항은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고 정해 놓았다. 중재안은 법령에 따른 학교 업무분장의 원칙을 밝힌 것뿐이다. 중재안이 학교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고는 볼 수는 없으나,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행정행위는 결코 아니다.

결국, 대전시교육청이 중노위 중재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전교조대전지부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교육청노조에는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내년 6월 교육감 선거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교조는 어차피 도움이 안 되는 세력이므로 ‘집토끼’를 단속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둘째, 설사 교육청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소송 결과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사실상 무력화하거나 최소한 이행 의무를 게을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리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

두 번째 이유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대전교육청은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면 (조정 단계까지 노사가 서명한) 잠정합의안과 중재재정을 합쳐 단체협약을 조인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재재정을 둘러싼 법적 다툼을 고려하더라도, 중재 이전에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 서명한 내용은 즉각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맞다.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협약 체결을 미루게 되면, 최악의 경우 단체협약 유효기간(2022년 6월 14일)이 종료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청 주장대로 단체협약 조인이 이루어져야만 협약이 공식 발효된다면 유효기간은 그로부터 1년이 될 것이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중재재정의 확정 등) 제4항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은 행정소송의 제기에 의하여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중재재정에 담긴 29개 조항은 이미 6월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고, 집행정지 가처분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무효가 되지 않는 한 학교에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중노위는 조정 및 중재 과정에서 교육청의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법하거나 월권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조항은 삭제하였다. 대전교육청이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유다.

결론적으로,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시교육청은 승소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도로 행정소송을 냈다고 판단한다. 또한, 대전시교육청은 단체협약이 대전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임에도 이를 걷어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가처분이 기각되었는데도 교육청이 행정소송을 취하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정치적 의도로 소송을 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교육감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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