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징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 어디로 향하나
균형발전 한 목소리, ‘세종의사당 찬성’... ‘서울대 이전’은 글쎄

본지는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5명을 만나 '세종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현빈 대표, B 씨, 김동현 씨, 이예찬 씨, A 씨. 이날 인터뷰에 응한 A 씨와 B 씨는 익명을 요구해와 모자이크 처리했다. 세종시 제공. 
본지는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5명을 만나 '세종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현빈 대표, B 씨, 김동현 씨, 이예찬 씨, A 씨. 이날 인터뷰에 응한 A 씨와 B 씨는 익명을 요구해와 모자이크 처리했다. 세종시 제공. 

전국 248개 일반대학 중 56개가 몰려 있고, 세계 대학 평가 기준 QS순위 1000위 이내 30개 대학 중 17개가 포진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이중 서울대는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대표 대학으로 통한다.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다. ‘서울대의 나라’란 곱잖은 시선도 여전하다. 우리 사회에 학연·지연·성적 만능주의를 가져온 진원지이자, ‘초집중·초과밀’ ‘미친 집값’ 수식어의 든든한(?) 뒷배경이 됐다는 인식에서다.

지난 총선 당시 일부 정치권에서 훌러나온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 주장. 1946년 개교 이래 폐지론부터 여러 차례 등장한 ‘이전론’의 현실성을 떠나 그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1년 서울대 종합캠퍼스 기공식. 서울대 제공. 
1971년 서울대 종합캠퍼스 기공식. 서울대 제공. 

지난 10년간 세종시와 12개 혁신도시 조성을 핵심으로 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도 과밀은 되레 더욱 고착화된 양상이다.

수도 서울이 난공불락의 성은 아니다. 서울대 기능은 오는 2024년 집현동 공동캠퍼스에 행정대학원으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서울대를 떠나 수도 서울 인프라의 지방 이전은 국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이 숨겨져 있다.

이에 본지는 세종시와 공동으로 서울대 재학·졸업생 5인방을 만나 ‘국가균형발전과 세종시 미래’를 조망해봤다.

이들의 인식 변화가 균형발전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인터뷰가 2030년 세종시 완성기까지 ‘새로운 과제’를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 뼛속까지 ‘서울 사람’부터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까지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서 마을의 인문학 대표를 맡고 있는 백현빈(29·정치학 박사 과정 수료) 씨, 서울에서 줄곧 자라 현재는 화성에 살고 있는 B(22·여·사회복지학과) 씨, 영등포구에 사는 이예찬(22·정치외교학부) 씨는 뼛속까지 서울 사람이다.

대구에서 상경해 14년째 서울에 거주하며 사회복지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34세 가장 A 씨, 대전이 고향인 새내기 김동현(20·정치외교학부) 씨는 지방에서 상경한 케이스다.

5인 모두 ‘수도 서울의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필요성엔 이의를 달지 않았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여의도의사당 활용법에 있어선 시각차를 드러냈고, 세종시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 5인의 눈에 비친 ‘세종시 이미지’는


세종시 랜드마크인 중앙녹지공간 전경. 이희택 기자. 
세종시 랜드마크인 중앙녹지공간 전경. 이희택 기자. 

서울남 이예찬 씨는 9년 전 친구와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중학교 때 친한 친구 아버지(공무원) 직장(정부부처)이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친구들과 위로 인사를 건넸던 기억이 생생하다, 유령도시란 인식이 컸다”며 “최근 세종시 유튜브를 보니, 주거 안정화와 비약적 인구 증가 등 상당히 발전했다. 수도 이전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A 씨는 주변 사람들과 ‘노잼 도시’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없는 도시’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고, 김동현 씨는 ‘공무원의 도시’란 표현을 썼다.

백현빈 씨는 “호수공원과 대통령기록관, 국립세종도서관에 가봤다. 건축물 디자인이 심미적 측면에서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탄2 신도시와 같은 계획도시이나 ‘행정’ 색채가 강하다는 특징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청와대 부지가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인지했고, 세종시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긍정적 시선도 있었다.

백 대표는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긍정적 시그널”이라며 “세종시처럼 (아파트 가격) 상승지역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서열화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건넸다.


◎ 수도권 인구 비중 50.3% 돌파... 균형발전 시급성 공감대


1975년 문을 연 서울대 관악캠퍼스 전경. 서울대는 수도권 과밀을 불러온 또 다른 기제로 통한다. 서울대 제공. 
1975년 문을 연 서울대 관악캠퍼스 전경. 서울대는 수도권 과밀을 불러온 또 다른 기제로 통한다. 서울대 제공. 

이날 인터뷰에 응한 5인방은 ‘국가균형발전’의 시급성에 고개를 끄덕였다. 국토 면적의 12%인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50.3%)이 거주하는 비정상적 상황 때문이다.

‘세종시=행정수도’ 의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A 씨는 “(행정수도가) 왜 필요한 지는 지금도 잘 이해가 안 간다. 다만 많은 기관이 이전했기에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백 대표는 “전국적으로 행정뿐만 아니라 미술·음악·음식 등 지역 특성에 따른 ‘수도’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이예찬 씨는 “행정수도 이전과 균형발전 의미가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건 사실이나, 의미가 있어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 국회 ‘세종의사당 그리고 여의도의사당’, 어떻게 활용할까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전경. 서울 의사당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개교 시기와 유사한 1975년 완공됐다.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전경. 서울 의사당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개교 시기와 유사한 1975년 완공됐다. 자료사진. 

세종의사당 건립은 역시나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진 않았다.

김동현 씨는 “대전이 고향인터라 세종시가 발전하고 대전시에도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대학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국회 이전이) 서울 발전에 저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예찬 씨는 “(국회) 정책의제 순위에서 많이 밀려 있는 것 같다. (수업이나 일상 대화 과정에서) 얘기가 잘 안 나오는 주제다. 굳이 반대는 안하지만 난제가 쌓여 있다고 본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백 대표는 “의사당 이전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즉 호재로 인식되는 현실”이라며 “다만 세종의사당은 로컬의 시각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계기를 줄 것”이란 견해를 보였다.

B 씨는 “(국회 세종의사당 등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한 것 같다. 국가균형발전에 어떤 도움을 주는 지 실질적 근거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상임위 원구성 합의와 함께 가시화된 ‘국회법 개정안’ 통과 시기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김동현 씨와 백 대표는 공론화 과정을 많이 거친 만큼,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B 씨와 이예찬 씨는 대선 과정에서 재논의 의견을 냈다.

백 대표는 “우리 세대는 ‘지방 방송 꺼라’, ‘말은 제주도,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며 “여의도 국회에서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의원 개개인 고향을 어떻게 살릴 것인 지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세종의사당 건립에 따른 여의도의사당 부지 활용안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A 씨는 “아파트는 아니길 바란다. 공원도 아니다. 서울의 중심부이니 상징성있는 멋진 건축물이 생겼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현 씨와 B 씨는 공원으로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백 대표와 이예찬 씨는 또 다른 활용 방안을 던졌다.

백 대표는 “국회의사당 원형을 보존한 상태에서 ‘인문의 전당’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전시장과 공연장 그리고 창작자들의 거주·실험 공간,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 취·창업장 등을 갖춘 복합 시설이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민주당이 제안한) 4차산업혁명 금융허브 특구는 매우 잘못된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의회 민주주의 상징성이 살아 숨쉬었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직·간접 민주주의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공론화위원회 등의 기능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했다.


◎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 말도 안 되는 제안?


세종시 행복도시 4-2생활권 공동캠퍼스 당선작 조감도. (자료=행복청)
세종시 행복도시 4-2생활권 공동캠퍼스 조감도.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오는 2024년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다. 자료사진.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 5인방 모두 현실성 없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A 씨는 “(학생들이) 반대 시위에 나설 것 같다. 서울대가 세종시에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며 “학벌 사회 해소, 권력·권위 분산 효과를 염두에 둔 발상인데,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옮기고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질까 싶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김동현 씨도 “좀 황당하고 논란이 클 것 같다. 취업 기회와 각종 인프라를 누리는데 있어 서울이 가진 메리트를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며 “서울에 많은 대학들이 위치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B 씨도 “이전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 대학간 네트워크와 연합 동아리도 굉장히 많다”며 “서울에 있다는 그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고, 이 씨도 “주변 반응은 실로 처참한 수준이 될 것이라 본다”며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백 대표는 “서울대가 서울만의 대학은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대학”이라며 “전제조건이 있다. 세종시가 어느 정도 대표성(위상)을 가진다면, 충분히 뿌리내릴 수 있다고 본다. 정치적 담론에 의해서만 내려가면 저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서울대생의 고민,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서울대는 기성 세대에게 ‘성공’의 키워드로 통했다. 5인방의 생각은 2021년 달라진 단면을 드러냈다.

이들의 제1고민도 역시나 ‘취업’과 ‘안정된 직장’으로 향했다. 눈뜨고 잠이 들 때까지 ‘내 집 마련 꿈’을 꾼다는 현실적 얘기를 전해온 이도 있었다.

최소 7~8억 원 이상을 가져야만 1주택 소유가 가능하다는 판단도 엿보였다. 이에 주식 투자는 필수였다.

서울 등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삶을 꿈꾸긴 불가능해보였다.

일부는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보육 인프라, 정주여건을 ‘지방 이주’의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5인방과 인터뷰는 유의미했다. 균형발전의 상징도시 ‘세종시’가 나아갈 방향 일부를 엿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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