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
교육활동 질 높이기 위한 조력자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인물의 발굴과 육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서도 새시대를 이끌 새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창간 20주년을 맞은 <디트뉴스24>가 10년 후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동량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주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 이미선 기자.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 이미선 기자.

“어떻게 해야 교사노조가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편견과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대전자양초등학교 박소영 교사(39)의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그는 17년이라는 경력에도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의 새내기 교사 같은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학교 밖에서 느낀 노조 필요성

남들처럼 교대 졸업과 임용고시를 통해 초등 교편을 잡은 박 교사가 노조 가입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오히려 학교 밖에 있을 때였다. 결혼과 육아 등으로 6년가량 휴직 기간을 가졌던 당시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것.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 몰려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교육을 하지 못한 학교와 선생님들이 잘못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는 ‘이게 아닌데...’싶고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 등 학교 밖에서 교사집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죠. 방과후 교사나 돌봄 교사도 모두 선생님으로 지칭되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세상에는 정말 못된 선생님들만 있는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교육 현장의 현실은 이렇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복직을 하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전교사노조를 만나게 된 거죠. 아마 ‘정년을 늘려달라’ 등의 이권만 내세웠으면 가입하지 않았을 텐데, 교장·교감도 아니고 기간제도 아니고 오로지 교사들이 가입해 교권 회복이라는 순수한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것에 공감한 거죠.”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전교사노조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사회·경제적 지위 회복 ▲학교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정책마련과 교육발전 ▲교권 회복과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 ▲대안없는 비판적 투쟁이 아닌 교육 현안에 중점을 둔 활동 등을 지향한다.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 이미선 기자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 이미선 기자

교사는 행정업무에 치이고, 아이들은 외부 강사가 가르치는 현실

박 교사는 선생님들은 행정업무에 치이고 아이들은 외부 강사가 가르치는 현재 교육 현장에 대해 분개하며 개선해야 함을 강조했다.

교권 회복이 특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당연한 일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눈맞추고 가르치기 위해 선생님이 됐습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행정 업무무를 못 하겠다는 게 왜 이기적인 거죠? 실무원들도 있지만 불요불급한 업무를 없애는 게 우선입니다.”

‘어떤 날은 각종 기자재를 점검하느라, 어떤 날은 외부 강사를 채용하고 관리하느라, 어떤 날은 각종 자료를 통계 내고 수집해서 제출하라는 공문을 처리하느라...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내가 선생님인지 일반 회사원인지 잘 모르겠는 날들이 상당히 많다....수업을 준비하느라 바쁘고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런 일상이 선생님의 하루라 생각했는데...’

박 교사가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로 대부분의 평교사들의 현실이 이렇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들 하잖아요. 그럼 교사들한테 ‘기초학력 향상 방안 궁리하고 연구해라, 교육 활동 똑바로 해서 기초학력 올려라’ 하면 힘은 들겠지만 열 받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당연한 일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 하고 교사가 수업 연구하는 게...

그런데 이번에도 위에서는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기초학력 신장시킨다면서 외부 강사, 온라인 튜터 섭외하래요. 교사들은 그 과정에서 각종 서류 작업해야 되고요.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대전교육 새로운 바람 필요

박 교사는 대전교육의 문제점으로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잡다한 업무가 많은 것과 강직돼있는 분위기 등을 꼽았다. 다른 시·도에 비해 교장·교감들의 권위는 세지만 교사들의 목소리는 작다는 것.

“융통성도 굉장히 부족하고 새로운 바람이 필요해요. 현직교사가 교장·교감이 되는 것과 장학사가 교장·교감으로 오는 것도 상당히 다릅니다. 현장에 계셨던 분들이 고충을 더 잘 알고 일머리도 있으십니다(웃음).

교육감도 정치가 아닌 교육에 치중할 수 있는 분이 나오시길 바라죠. ‘나 이런 것 했다’는 보여주기식 성과 자랑 말고 평교사와 아이들, 정말 대전교육을 위한 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소영 교사가 대전자양초 4학년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박소영 교사가 대전자양초 4학년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조력자 일뿐, 평교사로 정년퇴직 할 것”

인터뷰 내내 박 교사는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평교사로 정년퇴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보러 학교로 출근 하는 것이 정말 좋기 때문이다.

“진짜 좋아요. 제가 뭐라고 아이들이 아침마다 저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나이 들어서도 내적·외적으로 노력해서 아이들이 저를 피하지 않고...(웃음), 그래서 나중에 아이들이 ‘그 선생님 참 좋았어’ 그렇게만 떠올려주면 좋겠어요.”

그래도 아이들 때문에 힘들거나 어려워서 교사라는 직업을 후회한 적은 없냐는 짖궃은 질문에도 진지하게 답했다. 

"한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아 여기 이 교실에 내 자식이 있다면...우리 조카가 있다면...'하고 생각하면 쉬워져요."

마지막으로 박 교사는 동료 선·후배 교사들에게 전하는 말과 본인의 다짐 등을 남겼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한 것처럼,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합니다. 선생님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선배 선생님들께는 기특한 후배가 되고, 후배 선생님들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선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와 편견을 바꿀 수 있는 노조가 되고 싶습니다. 교사노조가 이기적인 집단이 아니라 선생님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도로 돕고, 교육활동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도록 조력할 것 입니다."  

교실 뒷편 아이들의 작품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박소영 교사. 이미선 기자.
교실 뒷편 아이들의 작품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박소영 교사. 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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