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연구원 경남 이전 주장과 ‘김경수 지사의 패착’

지난달 21일 경남 진주 LH 본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 경남도 제공.
지난달 21일 경남 진주 LH 본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 경남도 제공.

대전에 있는 ‘LH 토지주택연구원 이전설’이 지역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시의회가 공식적으로 ‘대전존치 촉구 결의안’을 내고, 야당인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민주당 소속 허태정 시장 등에 ‘정신 바짝 차리라’고 경고하는 등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논란은 김경수 경남지사로부터 출발했다. 지난달 21일 경남 진주 LH 본사에서 열린 ‘경남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LH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는 혁신안이 경남혁신도시를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광역단체장이 충분히 꺼낼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엉뚱한 사례를 든 것이 문제였다.

김 지사는 “관례를 보더라도 예전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시로 이전할 당시에 정부에서 관련 공공기관을 이전함으로써 공백을 메웠던 사례도 있다”며 “LH연구원은 특히 반드시 경남 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한다. 반쪽짜리 혁신도시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LH 혁신이 경남혁신도시의 기능을 위축시키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사례를 들며 LH연구원을 경남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전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논리적으로 불완전하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언급한 중기부 이전 공백을 메울 공공기관은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등 4곳이다. 대전 정치권은 중기부 이전으로 인한 지역의 상실감을 호소하면서도 국가 균형발전 원칙에 맞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을 요구할 경우, 균형발전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컸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맥락을 모르는 것인지, 무시한 것인지 김 지사는 허태정 시장을 비롯한 대전의 ‘민주당 동지’들에게 정치적 부담만 안겨주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중기부 이전에 따른 공백을 대체할 기상청 등 4개 기관 이전을 약속하고서도 아직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경수 지사는 “공백을 메웠다”고 표현했지만, 약속이 이행된 것이 아니므로 대전의 상실감은 여전하다.

허태정 시장과 박영순 민주당 시당위원장은 지난 6일 ‘대전시-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중기부 이전 후속대책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대전이 중기부 이전이라는 현찰을 주고, 대체 기관 이전은 어음으로 받아 난망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대전 민심을 정확하게 살핀 적절한 비유다.

이제 대전 시민들은 허태정 대전시장과 박영순 국회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정치리더들이 김경수 경남지사를 상대로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전시민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기 어렵다면, 이들 대전의 정치리더들이 시민을 대신해 김 지사의 토지주택연구원 이전 발언 배경과 진의를 묻고 대전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순리다. 

지금 대전시민들은 '경남혁신도시를 살리기 위해 대전의 공공기관을 경남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묻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