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일흔여덟번째 이야기] 도정 공백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지사님, 안녕하세요? 도정 챙기랴 대선 행보하랴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국회를 출입하면서 지사님 특유의 성실함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이틀 전(23일) 국회 인근에서 출판기념회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축하받는 지사님 얼굴에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만큼은 분투의 시간이 행복한 표정에 가려 보였습니다.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라는 대한민국 3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결기에 저 또한 응원하고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말은 차고 넘칠 줄 압니다. 다만 저는 지사님의 정치 행보에 아쉬움이 있어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지사님께서는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도정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공직자들이 하나가 돼 도정을 잘 돌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공백이나 누수가 없도록 철저하게 도정을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충남도의회 농해수위 결산 심사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의원들에 제공한 결산 심사 자료가 집행부 자료와 수십 페이지 차이 났기 때문입니다. 맞지도 않는 결산 자료를 의원들에게 내밀고 심사하라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모르긴 해도 의원들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겁니다. 그들이 누구입니까. 도정을 견제해야 할 의원 신분에도 기자회견을 자처해 지사님 대선 출마를 앞장서 촉구했습니다.   

도정 공백 우려에 “도청에 양 부지사가 있고, 지사 또한 더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감쌌습니다. 그래놓고 부지사한테 사과를 받고 있으니, 어찌 도정 공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지사님,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시·도지사 간담회 때도 뒷말이 나왔습니다.  각 시·도는 당대표실에 각 지역 현안이 담긴 자료집을 전달했습니다. 대전시는 K-바이오랩 센터 유치, 세종시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건의했는데요. 

대전이나 세종이나 ‘긴급’ 현안이기에 단체장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당대표에 협조를 구했습니다. 충남도 역시 현안 자료집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움이나 절박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석 달 전 국회의원 초청 정책설명회 자료집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도의회 결산 자료나 현안 자료집 제출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의 고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 역시 도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애쓰고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도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도지사입니다. 책임을 져도 도지사가 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사가 도정에 소홀하면 공직기강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수장이 자리를 비우면 누수는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그 틈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지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재라인 고삐를 바투 쥐어 행정의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맘 놓고 대선 행보를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요. 메시지 관리도 보다 신경 쓰고, 주변 조언을 귀담아 들으십시오. 

‘내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본심이, ‘나만 행복한 대권 놀음’이란 의심을 받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지하지 않는다고 서운할 일도 아닙니다. 의원들 역시 같은 심정일 터. 그보다 중요한 건 도정 공백이 이미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4년 전, 전임 지사가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당시도 비슷한 사연을 편지로 쓴 기억이 납니다. 모쪼록 지사님께서는 대선 경선 주자이기 전에, 현직 충남도지사라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기자가 아닌, 충남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리는 간절한 부탁이자 바람입니다. 

마라톤 완주를 수차례 했을 정도니 체력이야 끄떡없겠지만, 과신하면 안 될 것이 또 건강입니다. 날씨가 더워졌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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