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에 이준석 후보가 43.82%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에 이준석 후보가 43.82%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지난 국민의 힘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비롯된 이른바 ‘이준석 현상’이 우리 정치와 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파장이 대단하다. 다수의 정치인과 국민들은 당대표로 선출되기 직전까지도 젊은 후보에 열광하는 일부 2030 세대의 일시적인 신드롬 현상에 불과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초유의 정치적 사건이 점점 태풍으로 돌변하면서 현실이 되자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초긴장이요, 초비상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30대 0선이 제1야당의 당수가 된 것은 젊은 세대가 정치에서의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 한마디로, 대다수 유권자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활화산처럼 표출된 결과로서 결국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새 시대에 맞게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이나 다름없다. 이 속에는 다음과 같은 교체 요구가 들어있다.

보수와 진보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첫째가 정치적 교체다. 지난 70년 한국의 굴곡진 정치사는 고비고비 한계가 드러날 때 마다 혼란과 갈등 속에서 새 정치의 장을 열어왔다.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 체제를 타율적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느끼고 자리 잡을 틈도 없이 극심한 좌우 대결과 가난 속에 동족상쟁의 비극을 맞는다.

종전 후에도 폐허와 혼돈 속에 4․19 민주혁명은 당장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5․16 군사혁명으로 군부가 전면 등장한다. 반공의 군부세력과 보수의 민간세력이 합작한 군민정부는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기적의 경제성장을 이룬다.

하지만, 계속 집권한 보수정부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득권 중심, 공정한 민주적 절차 그리고 분배와 균형발전을 외면한 결과 ‘누구를 위한 발전이었느냐’라는 거센 반발에 직면한다. 급기야 보수 세력은 점점 수구화, 기득권화되면서 새 시대, 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암살, 탄핵, 구속이라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한편, 서울의 봄, 5․18 민주화 운동을 밑거름으로 1987년 민주혁명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한 진보세력은 정권을 거푸 쟁취한다.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고,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구태정치의 답습, 친인척 비리와 부동산 등 경제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보수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준다. 두 번의 보수정권이 국민저항으로 막을 내린 후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탄생한 정부가 바로 문재인 정부다.

문 정부는 앞선 두 번의 진보와 보수정부들의 과오와 잘못을 정확히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통합,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여야 협치, 국민소통, 삼고초려의 인재등용 등을 약속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폭발적이었다. 진보정권 지난 4년 동안 코로나 방역은 비교적 잘 관리됐다. 그러나 청와대가 집권적으로 주도한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최저임금제, 탈원전 정책들은 경제적 격차와 불평등만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불이익과 미래부담만 안겨주고 말았다.

결국 희망의 사다리를 빼앗긴 젊은이들이 진보세력에 대해 생긴 실망과 불만이 마침내 분노와 저항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는 패쇄적인 진영논리에 갇혀 함께 수구화․기득권화 되버린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 성장, 공정, 정의라는 언어의 유희만으로 자기 진영을 지키면서 국민들을 더 이상 현혹시킬 수도 없다. 포스트 코로나와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과거의 족쇄를 풀고 미래로 나가는데 필요한 새로운 정치이념과 사회가치를 재정립해야 할 때다. 이제는 분열과 증오의 낡은 정치를 끝내고 공존 공생 공영의 새 정치가 와야 한다.

세대 간 갈등에서 세대 간 공존으로

그동안 2030의 세대는 진보세력의 변치 않는 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의 눈에 보수당과 보수세력은 꼰대, 수구골통, 웰빙의 당과 세력으로 비쳐졌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철저히 외면했다. 18세 이상 2030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34%나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이 조국과 LH 사태를 지켜보면서 진보세력의 핵심인 586 세대의 오만과 위선 그리고 내로남불의 민낯에 등을 돌기기 시작했다. 그 분기점이 지난 4·7보궐선거였으며 이들은 여기서 정치적 효능감을 맛봤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조부모 세대가 흘린 산업화의 땀과 부모세대가 뿌린 민주화의 피를 먹고 자란 2030세대는 찌든 이념과 결핍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들은 이제 실망만을 안긴 기성정치 내에 선거권자로 또는 피선거권자로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는 과소 대표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경쟁과 갈등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젊은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찍이 유럽 국가들의 정치는 젊은이들의 활동 무대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30세 하원의원, 40세 노동당 당수, 그리고 43세에 총리가 된 바 있다.

보수당 캐머런 전 총리도 비슷한 연령으로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프랑스 마크롱은 39세에 대통령 그리고 오스트리아, 아이슬랜드, 핀란드, 캐나다도 모두 3,40대 총리를 선출하고, 기존정치와는 다른 차원에서 경제와 외교의 안정과 화해의 정치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현 한국 국회의원 중 2,30대 의원은 13명(4.3%)에 불과한데 이들 국가들의 40대 이하 의원이 40~50%에 이른다.

여기에는 우리와 다른 ‘조기 정치인재등용 시스템’이 각 정당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보수당은 6~16세의 학생조직과 17~25세의 청년조직으로 구성된 YC(Young Conservative), 노동당은 YN(Young Labour) 청년조직이 큰 힘이다. 이들 단체는 모든 대학의 당 산하 학생조직과 지역당 하부 조직으로 구성된 정치결사체이자, 사교클럽이다.

늘 유권자와 소통하고 자선공연과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정치를 몸소 읽히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단체에서 자질과 리더십이 검증된 젊은이들이 바로 지방의원 또는 하원의원으로 발탁되어 정치에 입문한다. 젊은 총리들은 예외없이 YC 또는 YN 출신이다. 당의 청년조직과 지구당에서 잔뼈가 굵어야 후보자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이 당의 이미지 쇄신과 홍보 목적으로 정치를 해본 적 없는 신인들을 깜짝 후보로 영입하는 일은 없다. 때문에 정치신인이 선거과정에서나 당선 후 정치적 직책을 맡아도 실수없이 세련되게 수행한다. 최근 우리도 후보 자격시험을 통해 능력 있는 후보를 뽑자는 이준석 대표의 제안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자격시험을 통해 급조해서 후보를 선출하려는 생각 보다는 장기적으로 정치인재를 조기에 교육시키고 경험을 쌓아 등용시키는 정당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아무리 구태정치의 청산이 급해도 나이만 젊다고 자기훈련과 학습이 안된 젊은이들이 정치의 주체세력이 되어 세대교체를 강행한다면 또 다른 정치구태와 폐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 간 갈등은 세대 간 공존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내년 6․1 선거는 지방선거 개혁의 효시가 돼야

내년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동시지방선거는 대한민국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선거이자, 지방선거의 개혁이 시작되는 첫 선거가 되어야 한다. 지난 8번의 지방선거는 고비용 저효율 선거의 연속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 비용은 총 1조 700억 원으로 국민 1인당 3만 5천원의 돈을 쓴 셈이다. 그렇지만, 지방이슈, 자질검증, 공약경쟁이 없는 3무(無) 선거인데다 중앙정당의 대리전 같이 치렀기 때문에 돈을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자격 없는 후보가 걸러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의 아젠다와 정책을 바로 세우는데 한계가 있었다.

내년의 지방선거는 3월 9일 치를 대통령 선거 후 3개월 이내에 실시되기 때문에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지방선거까지 압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정당의 후보 공천이 그만큼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지방선거들에서 고질적인 선거병폐였던 혈연, 지연, 학연 중심의 선거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문제가 바로 금(金)연과 함께 당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개인과 계파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이다. 작금에 표출된 ‘이준석 현상’은 후보 자격시험을 제안할 정도로 당의 공천 개혁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이제 워드 프로세스나 엑셀 능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학습과 역량개발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와 자치역량의 개발, 미래지향적 시각과 균형적이고 상식적인 안목, 그리고 봉사정신과 자세의 함양이다.

각 정당들은 그저 인지도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골몰하는 후보를 찾기보다 새 시대에 새 지방자치를 담당할 각 세대를 대표할 후보가 역량과 리더십을 갖추도록 정치교육과 지원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언론은 후보들의 인지도나 지지도 같은 여론조사에 몰두하는 ‘경마저널리즘’의 한계에서 탈피해서 지방선거과정에서 필요한 이슈제기와 공약경쟁 및 자질검증을 주도해야 낡은 지방선거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이준석 현상’을 통해 모처럼 형성된 변화를 향한 에너지가 대한민국과 지역의 발전 그리고 한국정치와 지방자치의 개혁을 위해 아낌없이 분출되어 성공으로 이어지를 국민들은 기원한다. 다행히 우리 민족은 그런 저력과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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