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이익’과 ‘시민의 이익’은 동의어인가?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자료사진.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자료사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메가시티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선주자들이 대어를 낚기 위해 이따금 메가시티에 편승하려 할 뿐,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충청권만 해도 그렇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꺼내들었던 ‘대전-세종 행정통합론’은 더 이상 정치권에서 거론되지 않는다. 메가시티 논의를 활발하게 이어갔던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눈앞에 다가온 지방선거가 먼저인 까닭이다. 

사실 지방선거 국면에서 광역단체장들이 메가시티 논의를 꺼내기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메가시티 논의에 역행하는 주장과 공약을 남발하기 일쑤다. 행정구역 자체를 선거구로 두고 있는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설사 ‘광역적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를 선거공간에서 풀어내기가 어렵다. 오로지 ‘우리 지역의 이익’을 부르짖는 것이 득표와 연결된다는 정치공학적 셈법만 가득하다. 

사실 메가시티 논의는 효율성 측면에서 시작됐다. 인구 500만 명 이상의 광역권이 돼야 독자적인 재정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의미의 지방자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정당성과 명분에 힘이 실렸다. ‘수도권 집중’을 타파할 실질적인 균형발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메가시티는 광역단체간 무한경쟁을 제어하고 행정중심이 아닌 생활권중심의 주거, 교육, 복지, 의료, 교통 등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 멀었다. 멀어도 한 참 멀었다. 

충청권 메가시티 논의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순만 봐도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선에 출마한 양승조 충남지사는 충청권 메가시티에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대전이나 세종, 충북과 달리 충남이 처한 수도권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남 최대 인구밀집 지역인 천안과 아산 생활권이 사실상 수도권과 묶여 있기에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광역경제권’을 무기로 충청대망론을 이끌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대권행보와는 결 자체가 다르다. 

그러면서도 KBS 충남방송이나 서산민항 등 지역적 문제에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실 “광역단체 중 충남만 없다”는 소외론으로 KBS 충남방송이나 민항 설치를 주장하는 충남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논의의 틀을 광역경제권이나 메가시티로 옮겨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양 지사 말대로 메가시티 논의에서 수도권을 고려해야 한다면 충남은 경기남부공항 설립에 협조해야 하고, 충청권 공조에 집중한다면 청주공항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할 처지다. 그야말로 끼어있는 충남의 딜레마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충청권 내부경쟁은 늘 치열하다. 국책사업 유치를 위해서 충청권은 다른 권역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내부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나마 대전과 충남은 전통적(?)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이따금 양보와 협력의 미덕을 발휘하긴 하지만, 충북과는 늘 경쟁관계에 서곤 했다. 최근 대전의 가장 큰 관심사인 ‘K-바이오 랩허브’ 공모에서도 세종과 충남은 대전을 거들고 있는 반면, 충북은 오송을 후보지로 내세워 독자적으로 경쟁 중이다. 

사실 현 광역행정 단위의 이 같은 무한 경쟁이 시민에게 무조건 이로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크다. 가령 충청권 메가시티, 또는 충청 광역경제권 관점으로 보면 항공교통은 청주공항에 집중하고 충남은 대중국 항만교통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더불어 청주공항 등 내륙과 충남의 항만을 연결하는 가로축 육상교통을 확충하는 거시적 안목을 가질 필요도 있다.  

그러나 눈앞의 지방선거 공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광역단체장 후보는 없다. 너도나도 자기 지역의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민심을 최대한 자극하려 들 것이다. 메가시티는 지방선거라는 정치의 계절에 통용될 정치문법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가진 행정구역과 선거제도의 맹점이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통령선거 공간에서 ‘메가시티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나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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