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달 특집] ② 포장재 변화 시동
생산자·소비자·운영주체 공감대 넓혀야

세종시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 싱싱장터 직매장 사업이 2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1·2호점을 운영하며 안정기에 돌입했지만, 동반해야 할 가치인 착한소비, 환경보호 의제에는 미진한 모습이다. 환경의 달 6월을 맞아 로컬푸드가 고민해야 할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① 잘나가는 세종시 로컬푸드에 ‘친환경’이 없다

② 친환경 선도 세종시 로컬푸드, 3주체에 달렸다

세종시 로컬푸드 1호점 도담점 상품 진열 모습. 특별한 포장이 필요하지 않은 애호박과 양배추, 무, 단호박 등 단단한 채소까지 랩으로 포장돼 라벨링돼있다.
세종시 로컬푸드 1호점 도담점 상품 진열 모습. 특별한 포장이 필요하지 않은 애호박과 양배추, 무, 단호박 등 단단한 채소까지 랩으로 포장돼 라벨링돼있다.

친환경 생분해 포장지, 재활용 한지 포장지, 무(無)포장 곡물 디스펜서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로컬푸드 유통 차원의 시도들이 전국적으로 첫 걸음을 뗐다.

운영 7년차, 세종시 로컬푸드 직매장은 아직 변화에 앞서나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포장 방식의 변경은 추가적인 비용이 수반될뿐더러 생산자와의 협의가 필요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

직매장 사업자인 세종로컬푸드㈜는 시 출자·출연기관이다. 시에 따르면, 매장에서 발생되는 한 해 현금성 수익금은 약 1억 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설 보수, 장비 구매 등을 모두 제외한 금액이다.

시 윤석춘 로컬푸드담당은 “로컬푸드 취지에 맞게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정책 방향에 적극 공감한다”며 “로컬푸드주식회사 측과 협의해 수익금을 농가 교육과 시설 보수, 친환경 포장 전환 등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 꽉 채운 ‘비닐·랩·플라스틱’

세종시 밥맛좋은 쌀 경진대회 수상 농가 제품. 세종로컬푸드 주식회사는 수상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 포장재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종시 밥맛좋은 쌀 경진대회 수상 농가 제품. 세종로컬푸드 주식회사는 수상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 포장재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전용 포장재는 생산자와 로컬푸드주식회사가 절반씩 부담해 구매한다. 연간 구매하는 포장재 예산은 1억 원.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면,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진다.

로컬푸드 주식회사 측은 매년 개최되는 밥맛 좋은 쌀 경진대회 수상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 포장재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2019년에는 926만 원, 2020년에는 714만 원을 지원했다. 친환경 포장재가 쓰이는 품목은 이 쌀 포장재 이외에는 전무하다.

세종로컬푸드㈜ 홍성돈 총괄부장은 “전체 품목에 적용하면 포장재 가격이 3배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그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지역 내 우수 기업이 있으면 협력할 여지가 있지만, 친환경 포장재 생산업체도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포장 판매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일반 마트나 전통시장보다 더 많은 비닐과 랩, 라벨이 쓰인다. 단호박이나 무 등 특별히 포장이 필요하지 않은 일부 품목에도 가격 라벨을 붙이기 위해 따로 랩포장을 해야 한다. 투명페트병 분리수거 정책에 따라 무(無)라벨 제품 경향으로 바뀌고 있는 흐름과는 역행하는 양상이다.

홍 총괄부장은 “로컬푸드 직매장 특성 상 생산자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벌크 판매가 어렵고, 가격라벨이 필수적인 시스템”이라며 “일본에 가면 무랑 파 등 채소를 종이띠로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생산자 입장에선 파손 등의 손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작은 시도, 소비자 인식 변화 동반돼야

세종시 로컬푸드 직매장 내 육류 판매대. 2년 전 스티로폼 포장을 줄이기 위해 진공포장을 도입했으나 소비자 인식 문제로 다시 스티로폼 포장 방식으로 회귀했다.
세종시 로컬푸드 직매장 내 육류 판매대. 2년 전 스티로폼 포장을 줄이기 위해 진공포장을 도입했으나 소비자 인식 문제로 다시 스티로폼 포장 방식으로 회귀했다.

그간 포장을 줄이려는 작은 시도도 있었다. 다만, 소비자 인식 등으로 인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는 직매장 내 육류 코너의 스티로폼 포장재.

2년 전, 육류를 진공 포장해 스티로폼 포장재를 없애는 시도를 했지만, 고기의 색이 겉보기에 어둡게 변하는 현상으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홍 총괄부장은 “특별한 포장 없이 진공포장된 신선 육류 제품을 선보였는데 겉보기 색 문제로 일반 포장 제품 판매량과 월등히 차이를 보여 다시 회귀한 사례가 있다”며 “시각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을 사려는 게 소비자의 심리인만큼,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고, 소비자 인식 변화도 함께 가야 할 것”고 설명했다.

생산자연합회 차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복숭아 소포장 케이스를 플라스틱에서 종이상자로 변경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포장재에 붙은 라벨이 잘 떨어지지 않아 재활용이 어렵다는 소비자 민원을 수용해 업체와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효희 홍보운영 과장은 “비용이나 생산자의 인식 전환 등의 요인 때문에 친환경 포장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농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정부 지원 사업이 있는지 살펴보고, 접착력이 좋으면서도 수월하게 분리되는 라벨 제작을 고민 중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향후 문을 열 로컬푸드 직매장 3·4호점에 친환경, 착한소비 요소를 도입할 계획이다. 4호점에는 재활용 인식 개선을 위한 업사이클링센터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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