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우려의 외국인 선발 기대로, 김민우 첫 10승 도전

한화이글스 선발 3인방. 왼쪽부터 킹험과 카펜터, 그리고 김민우 선수.
한화이글스 선발 3인방. 왼쪽부터 킹험과 카펜터, 그리고 김민우 선수.

2021시즌 한국프로야구 순위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역대급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1위가 바뀌는 건 다반사이고 1위부터 7위까지의 승차는 2.5경기에 불과하다. 하위권에 처진 세 팀도 중위권과의 승차를 최소화하면서 연승의 흐름을 타면 언제든지 중위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SSG가 5연승의 호조, 키움이 7연승의 분위기를 타면서 선두와 상위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선두권을 유지하던 삼성, KT, LG, 두산이 주춤한 사이에 두 팀의 선전이 상위권 순위 경쟁을 더욱 혼란에 빠뜨린 상황이다.

특히, LG는 4연패를 당하며 1위에서 6위로, 디펜딩 챔피언 NC는 키움에 스윕패를 당하며 7위에 턱걸이 하게 되었다.

한화는 지난주 1승 5패의 부진을 씻고 홈 6연전에서 3승 2패(한 경기 우천 취소)의 호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주말 시리즈 시작 전 선두였던 KT와의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두면서 중위권 도약에 청신호를 켤 수 있었다.

7개 팀이 혼전 양상인 선두권에 4경기 차를 유지하면서 이번 주를 맞이하기 때문에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더 좋은 흐름으로 정규 레이스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의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은 외국인 원, 투 펀치와 토종 에이스 김민우로 이어지는 선발 3인방이 그 중심에 있다. 걱정과 우려가 컸던 외국인 투수들 그리고 아직은 미완의 대기로 평가되던 김민우의 안정감 있는 피칭이 한화이글스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물음표 지운 역대 최강 외국인 원, 투 펀치 탄생 가능성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 한화이글스가 2021시즌을 준비하면서 가장 빠르게 계약을 맺은 외국인 투수들이다. 한화이글스는 2020시즌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2021시즌을 맞아 구단 최초로 외국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면서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동안 팀을 이끌었던 베테랑들과 대거 이별하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세대교체의 과정을 거쳐 팀을 리빌딩 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팀을 이끌기 위한 팀의 중심은 필요하다. 그것이 외국인 선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한화이글스는 부족한 선발진을 이끌어 갈 외국인 투수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름값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정민철 단장 주도 아래, 리그 적응과 팀 내 상황에 맞는 선수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선택한 선수가 킹험과 카펜터였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선택에 전문가 뿐 아니라 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킹험은 지난 시즌 SK(현 SSG)에서 두 경기 만에 부상으로 퇴출된 선수였고 카펜터는 한국 리그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대만리그 출신이었다. 성적 또한 특급 성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빠르게 영입을 마무리 지은 덕에 두 선수는 다른 구단 외국인 선수들보다 캠프에 빨리 합류할 수 있었고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구단의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이름값에서 밀린 두 선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 일정 중 40경기를 소화한 한화이글스는 8위에 위치하며 선전하고 있다. 순위보다도 승률 4할을 넘기면서 중위권과의 승차 뿐 아니라 상위권과의 승차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우려했던 킹험과 카펜터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 투 펀치가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의 어떤 외국인 투수와 비교해도 결코 뒤 쳐지지 않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킹험은 최근 광배근 불편함으로 1군에서 말소되면서 휴식기에 들어간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8경기에 선발로 출장해 4승 3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하고 있다. 45⅓이닝을 소화하면서 5번의 퀄리티피칭을 보여줬다. 12개의 볼넷과 39개의 탈삼진 비율은 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 중요한 것은 한 경기를 제외하고 7경기에서 6이닝 이상 피칭을 해줬다는 것이다. 한화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피안타율도 0.211에 불과할 정도로 위력적이지만 한순간에 무너진 경기가 나오면서 평균자책점은 약간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킹험은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여줬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15위, 이닝은 14위, 탈삼진은 14위, 5번의 퀄리티피칭은 10위를 기록하며 원, 투 펀치의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펜터는 좌완이라는 희소성에 투구폼이 독특해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피칭을 보여줄지 모를 정도로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단 2승에 그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카펜터는 9경기에 등판해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1.69(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53⅓이닝(리그 6위)을 소화하면서 이닝 소화 능력 뿐 아니라 1.69의 평균자책점은 카펜터가 얼마나 위력적인 투수인지를 알 수 있는 수치라고 볼 수 있겠다. 네 번의 퀄리티피칭은 아쉬운 듯싶지만 5⅓이닝 두 경기, 5⅔이닝 경기가 한 경기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7이닝 피칭을 세 번이나 해주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24개의 볼넷이 조금 많아 보이지만 56개의 탈삼진(리그 2위)은 이를 커버하면서 0.183에 지나지 않는 피안타율(리그 1위)이 호투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대 이상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킹험과 카펜터. 이 두 선수의 활약이 지금처럼 시즌 내내 이어진다면 한화이글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화이글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발 투수들로 남을 가능성이 큰 두 선수이다. 두 선수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할 필요가 있겠다.

류현진의 뒤를 잇는 토종 선발 김민우의 성장, 첫 10승 기대

2015년 전체 드래프트 1순위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김민우. 입단 당시 김민우는 오른손 류현진으로 불릴 정도로 신체 조건도 훌륭했고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였다. 그만큼 한화이글스 구단과 팬들이 김민우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입단식을 치르고 라디오 중계 중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김민우는 류현진 선배처럼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김민우는 류현진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혹사에 따른 부상 그리고 재활이 반복되면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2020시즌 드디어 본인의 잠재력을 터뜨릴 기회를 잡았다. 부상 없이 풀타임 선발로 한 시즌을 비로소 치러낸 것이다. 물론 규정이닝에는 11⅓이닝 부족하고 승리는 다섯 번에 불과했지만, 김민우는 한 시즌을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버텨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민우가 소화한 132⅔이닝은 데뷔 이후 최다 이닝이었고 평균자책점 4.34도 본인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만큼 김민우에게 2020시즌은 남달랐던 시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팀은 역대 최악의 시즌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선발 경험을 쌓은 김민우는 2021시즌 재활에서 온전치 못한 모습을 보인 선배 장시환을 제치고 팀의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의 의지대로 개막전 선발이라는 큰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실질적인 에이스 대접을 받은 것이다.

김민우는 현재 9경기에 출장해 놀랍게도 5승(리그 공동 2위, 국내 2위)을 거두고 있다. 불과 두 달 만에 본인의 시즌 최고 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패배도 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개인 첫 시즌 10승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승리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7이닝(리그 13위, 국내 3위)을 소화하면서 현재 규정이닝을 넘어선 상황이기에 개인 역대 첫 번째 시즌 규정이닝 소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볼넷 23개가 많은 듯 보이지만 42개의 탈삼진(리그 공동 10위, 국내 2위)을 기록하고 0.202의 피안타율(리그 4위, 국내 1위)로 타자들과의 승부를 이겨내고 있다. 하지만 볼넷을 줄이는 것은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세 번의 퀄리티피칭은 아쉬움이 남는다. 규정이닝을 넘어선 것은 맞지만 조금 더 긴 이닝을 책임지며 퀄리티피칭의 횟수를 늘려갈 필요가 있는 김민우다. 그래야 더 가치 있는 선발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킹험, 카펜터, 김민우의 가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위 말해서 다른 팀에 가면 카펜터는 에이스 역할, 킹험과 김민우는 최소 2선발 역할도 할 수 있는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킹험과 카펜터는 효자 외국인 투수로, 김민우는 비로소 입단 7년 만에 자신의 잠재력을 꽃 피우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킹험이 부상으로 잠깐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했지만, 카펜터와 김민우가 지금처럼 선발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아직은 오리무중인 4, 5선발로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선발진의 안정은 팀의 근간을 세우는 가장 중요한 전력 요인이다.

힘을 내고 있는 한화이글스가 안정감 있는 선발진의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2021시즌을 맞아 새롭게 부활할 한화이글스 선수들.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한화이글스 선수들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땀과 노력이 성적과 육성으로 반짝반짝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부상 없이 최고의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하는 2021시즌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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