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의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쓴 뒤 보내기까지 일들

조원성(대전대흥초등학교)
조원성(대전대흥초등학교)

참 좋은 계절 5월이다. 지난주에는 스승의 날이 있었다. 나에게는 스승도 계시고 제자들도 있다. 30여년 전 대덕구의 한 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만났던 이젠 중년이 되었을 제자들부터 지금 매일 만나고 있는 1학년 아이들까지. 나는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제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는 잘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만감이 교차하다’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인가 보다.

오랜만에 손글씨로 쓴 엽서를 받았다. 저학년 아이들로부터 연필로 쓴 쪽지는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중학교 3학년인 학생이다.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볼펜으로 바르게 쓴 엽서다. 여러 번 읽고 나서 답장을 쓰려고 맘을 먹었다.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문방구에 갔다. 엽서 한 장은 350원이었다. 혹시나 하여 2장을 사서 들어왔다. 일단 워드로 편지를 써본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옮겨 적었다. 엽서를 받은 고마움을 쓰고 매일 매일 성장하고 더 멋진 ○○이가 되기 바란다고. 받는 사람은 엽서의 주소대로 다른 동에 소재한 중학교로 썼다.

이젠 엽서를 보내야 한다. 아이들 아침 등교 맞이를 하는 길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몇 번 대화를 나눴던 3학년 아이가 오길래 물어보았다. 뜬금없이 우체통 말을 꺼내니 처음엔 통 알아듣지 못했다. 편지와 빨간색 우체통에 대해 설명하니 그제서야 알아듣고 보지 못했다 한다. 그러고 보니 학교 부근에서 우체통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 학교 570여명과 바로 마주보고 있는 중학교 360여명의 통학로에 우체통이 없다. 학교로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아이들 통학로에서 벗어난 큰 도로변에 있었다. 여러 번 지나친 길이었지만 관심이 없어서 보이지 않았었다.

 우여곡절 끝에 엽서를 보냈다. 생각 끝에 중구 우체국에 전화를 걸었다. 전후 사정을 간단히 설명한 뒤 아파트 단지도 크고 교육적 필요성에 맞춰 우체통을 신설하거나 이전 설치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럴 때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학교 통학로에 빨간 우체통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편지를 넣고 싶은 새로운 디자인의 우체통이라면 더 좋겠다. 편지의 끝인사는 이렇다.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5월은 행복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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