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일흔 한번째 이야기] 당내경선 참패하면, 어떤 책임 질건가

양승조 충남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정치인들은 ‘민심(국민)의 부름이 있으면’이라는 가정법을 습관처럼 쓴다. 그래놓고 십중팔구 출마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그렇게 치면 양승조 충남지사도 여느 정치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 역시 ‘도민의 명령’을 대권 출마의 전제조건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짜 놓은 각본처럼 주변 세력이 움직였다. 도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지방의원들이 낯부끄럽게 앞장섰고, 체육계와 학계 등 엘리트 집단이 뒤따랐다.

청년 알바생, 경력단절 여성, 명퇴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이었다면 어땠을까. 양 지사는 지난 3년 도정의 초점을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극복에 맞춰온 까닭이다. 도정에 성과가 있었다면 그들부터 쌍수 들고 나서지 않았을까. 

‘이해관계’가 있는 몇몇 집단의 출마 촉구를 ‘도민의 명령’으로 일반화하려는 시도는 고리타분할 수밖에 없다. 양 지사는 이미 ‘도민의 대표자’ 신분인데, 민의를 대변하는 시·도의원 출마 촉구가 ‘도민의 명령’이라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도민의 명령이 없어도 여권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야권의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권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던지겠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양 지사에게선 그런 여유나 자신감, 결기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무감동 시나리오’에 왜 부끄러움은 ‘찐 도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도민의 명령’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체가 도민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양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장소를 세종시로 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자, 국가균형발전의 상징 도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방정부의 장(長)으로서 ‘균형발전’ 화두를 던진 건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다만, 도내 불균형도 해소하지 못한 단체장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미지수다. 

그가 만약 당내 예비경선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표를 받는다면 충남도민의 심정이 어떨까. 본인 말처럼 양 지사는 4선 국회의원과 최고위원, 사무총장까지 한 인물이다. 그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참패한다면, 도민이 느낄 상실감에 대해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가. 

양 지사는 이미 결심을 끝낸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도전 이후의  후과(後果)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어 보인다. 본인 말처럼 '재선도전의 발판'은 절대 아닐 것이라 믿는다. 남은 임기 동안 도내 불균형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극복에 집중해 달라는 '도민의 명령'도 귀담아 듣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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