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일흔번째 이야기] 정치도 윤여정처럼 겸손했으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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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74)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은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청량한 에너지를 선물했다. 한국인 첫 수상도 놀라웠지만,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수상 소감에 전 세계가 ‘윤며들었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는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대배우의 겸손과 경쟁 후보들에 대한 예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국 특파원과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최고가 싫다. 최중(最中)만 되면서 동등하게 살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동료 배우가 “지금 세상이 온통 네 얘기”라는 말에는 “그거 식혜에 동동 뜬 밥풀 같은 인기”라고 자세를 낮췄다. 2030 세대는 권위를 벗어던지고 솔직 담백하게 살아온 ‘찐 어른’에 환호했다.  

대중의 사랑과 인기를 먹고 사는 건 비단 배우만이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배우나 정치인이나 ‘쇼(show)’가 전공이라지만, 대중의 호감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정치권은 이역만리에서 낭보를 전한 70대 여배우의 메시지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툭하면 막말과 험한 말로 민폐를 끼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바랄 순 없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철저히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바라는 ‘진정성’일 것이다. 

이 세상은 최고와 1등만 사는 곳이 아니다. 1등부터 꼴찌까지 동등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곳이다. 그 터전과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건 오롯이 정치의 영역이고, 역할이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민주주의 수호 핵심 기능으로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를 꼽았다.

두 저자는 상호 관용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했다.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그들이 존재하고, 권력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개념이다.”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가 아닌 ‘처단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몰아가는 정치는 혐오만 부추길 뿐이다.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충성 경쟁을 조장하는 정치야말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무너진 민주주의 아닐까. 

권력은 식혜에 뜬 밥풀보다 가볍다. 그러니 정치도 윤여정처럼 겸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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