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다. 4월 12일 현재, 학원발 n차 감염 사례가 100건에 육박하고 있다. 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곳만 자치구를 가리지 않고 16곳에 이른다. 이 정도면 뭔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대전시교육청의 대응은 한발 늦거나 우왕좌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대전시교육청은 동·서부교육지원청 및 대전시청 인력 등을 합쳐 총 120명을 투입해 4월 8일부터 3주 동안 3,690곳의 학원과 교습소의 방역 실태를 전수 지도·점검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하순 IEM 국제학교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고 나서 곧바로 2월부터 이런 특별 조치를 단행했더라면 어땠을까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풀이되자 시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대전교육청은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코로나-19 대응전담팀’의 부재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미 작년 8월에 그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대전시교육청은 비상대책본부로 충분하다며 묵묵부답이다.

그런데 ‘비상대책본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감염병 관련 학교방역은 체육예술건강과, 등교·원격수업은 유초등교육과와 동·서부 교육지원청, 학사일정은 교육정책과, 학원·교습소 관련은 교육복지안전과, 이런 식으로 각 부서별 업무가 분산되어 있을 뿐, 컨트롤 타워가 없다. 전담팀은커녕,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할 전문 인력이 한 명도 없다. 방역은 지자체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나 학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청은 보건교사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보건소는 바쁘다는 핑계로 학교에 미루고 있다. 교육청 차원의 세부 지침이 없다 보니 학교마다 대응이 제각각이다. 오죽하면 대전의 보건교사들이 확진자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SNS 등을 통해 공유할까.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문계 고등학교의 복도가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마스크를 손에 들고 있거나 턱에 걸친 채 교내를 활보하는 아이들 사진을 본 시민들은 학교가 이렇게 방역에 허점을 보이면 어떻게 자녀를 학교에 맡기겠느냐고 한탄한다. 물론, 해당 학교는 생활지도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시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역이 학교나 보건교사 개인의 역량에만 맡길 일인가.

전교조 대전지부는 30명이 넘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명석고와 교사 포함 10명 넘게 확진자가 나온 대전여고의 사례를 들어, 교사가 있는 교실로 학생들이 찾아오는 시스템인 교과교실제가 10대 감염병 확산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두 학교 모두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동이 잦다 보니 그만큼 문고리나 책상 등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거리 두기 생활지도가 쉽지 않다. 

교과교실제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은 아니지만, 감염병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교조의 판단이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2021학년도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는 선진형 25곳(중학교 11곳, 고등학교 14곳), 과목중점형 45곳(모두 고등학교) 등 총 70곳이다. 두 학교는 지금 학교 문을 닫은 상태이지만, 교과교실제 운영 학교 중 상당수는 지금도 이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교조가 대전교육청에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 때까지만이라도 교과교실제 운영을 중단할 것을 제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방과후 수업이나 자율학습을 중지하는 것도 실효성 있는 대책 중의 하나다.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면 학사일정을 선제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방역은 시스템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대전시교육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늘 ‘뒷북’만 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전담부서나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전담 인력이 없으니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전담팀 구성이 어렵다면, 학사 운영 시스템만이라도 코로나19 비상 상황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 ‘사후약방문’ 행정은 학부모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제발, 한발 먼저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하루속히 갖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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