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완승을 거뒀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4·7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완승을 거뒀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유권자가 어떤 정치세력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 정책에 동의해 표를 보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을 혼내주기 위해 표를 던져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선거가 본질적으로 심판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심판뿐인 선거는 과거지향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4·7재보선 결과에 담긴 의미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민심의 회초리, 민심의 분노 등 표현의 수위는 다르지만 민심이 집권세력을 혼내주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의 분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부터 불거진 내로남불 등 패배의 원인을 찾기 위한 온갖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은 ‘오만’이라는 두 글자에서 찾아야 한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이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후보를 낸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 정적(政敵)을 겨냥해 자신들은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하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당의 헌법인 당헌에 맹세하듯 새겨 놓고선, 그 약속을 너무도 쉽게 저버렸다. 대선, 지선, 총선 등 이전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에 겸손하지 못했다.

다분히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 상당수는 ‘이렇게 처참하게 패배할 줄 알았더라면,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라도 보여줄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실리를 잃더라도, 도덕적 우월성만큼은 지켰어야 한다는 후회다. 현재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까지 모두 잃어 고개를 절로 숙이고 있다.

1년 뒤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펼쳐진다. 1년 전 총선에서 여당에 압도적 지지를 몰아 준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180도 변화한 것만 봐도, 내년 선거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도 아닌 ‘스윙보터 40%’가 내년 선거에서 또 어떤 정치세력을 심판하게 될지. 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통해 ‘오만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교훈을 새겨두길 바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