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동선 대전시지역서점협의회장(계룡문고 대표)

대전시지역서점협의회 주요 인사들. 왼쪽 두번째가 이동선 회장.
대전시지역서점협의회 주요 인사들. 왼쪽 두번째가 이동선 회장.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이라는 문자가 있어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고 문맹률도 세계에서 가장 낮다.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UN 발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로 최하위권이란다.’(이태원뉴스 2018-08-02/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 인터뷰 인용). 또 OECD 회원국 중 문해력이 꼴찌다. 정말로 참담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조차 없는 꼴이다. 미래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게 웬 말인가. 이래서 이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부터 개선해야 하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초·중·고등학교 도서관 확충과 전문사서 교사 인력보강 그리고 공공도서관의 도서관 정책도 대폭 수정·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해결이 가능하다. 그 사이에 책과 멀어지게 하는 스마트폰 등 영상매체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지역서점이다. 지역서점은 책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20년을 넘게 유·초·중·고등학교 서점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했다. 서점견학이 끝나고 돌아갈 때 차 안에서 모두 책에 빠졌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학교도서관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집에 돌아가서도 똑같은 현상이 생겨나 부모를 놀라게 했고 독서량이 증가하니 수업 태도가 좋아져 선생님들을 신바람 나게 했다. 당연히 생활 태도가 좋아지고 실력이 급성장하여 모두를 감동하게 한 것이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그럼 어떤 마을이 세계를 구할까. 서점 하나 없는 마을이 세계를 구하기는커녕 마을도 못 구한다. 어떤 학자는 서점이 없는 동네(마을)는 동네도 아니란다. 맞는 말이다. 마을에는 서점과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학교만 있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적나라하게 증명된 것 아닌가.

필자는 17년 전에 일본 규슈 지방을 일주일간 어린이 책 문화 전문가들과 지역서점, 도서관 등을 둘러보고 너무 놀라 좌절감과 함께 의욕을 불태웠다. 산골 중턱에 있는 목성그림책마을이란 곳은 세계적인 명소였다. 아니 산골 중턱에 서점과 도석관이라니! 그것도 우리는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치부했던 그림책으로만! 또 시골 마을에 작은 서점이 있는 것도 놀라웠는데 일본 곳곳에 수도 없이 많단다. 도심에도 도서관(또는 공민관)이 곳곳에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가정문고였다. 그 당시 30년을 넘게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운영하던 비파문고, 퇴직한 노부부가 운영하던 보리이삭문고, 우리로 말하면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 이웃에게 개방했다. 우리는 우리 아이만 잘 키우려고만 했지 개방까지 하는 예는 없지 않았던가. 일본도 세계 2차 대전 이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깨어있는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가정문고 운동을 일으켰다. 1960년대 전후에 시작하여 1980년대에 절정을 이뤘다고 했다. 그 영향으로 공공도서관이 많이 생기면서 가정문고는 당연히 줄었지만 독서선진국이 될 수밖에.

지역서점협의회 발족한 대전, 이제는 민관이 나서서 지역서점 살려야

우리는 겨우 노벨평화상 한 명 받고 학문적으로는 한 명도 못 받았는데 일본은 28명이나 받았다. 유럽 선진국은 스마트폰 시대에도 서점이 잘 될 뿐만 아니라 동화마을, 책마을 같은 문화공간이 차고 넘친다. 우리는 어디를 가나 유흥가와 모텔뿐이라면 지나친 지적일까. 참으로 아름답던 우리 금수강산이었는데 아이들 데리고 다니다 보면 낯부끄러울 때가 많다. 이런 모습에서 선진국과의 차이가 많이 난다. 그 원인이 바로 독서력 차이고(김형석 교수는 선진국들은 과거 100년 전부터 성인의 80% 이상이 독서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국가경쟁력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민낯이다.

이젠 더 미룰 수 없다. 국가 경쟁력이 갈림길에 섰다. 다른 여러 가지도 문제지만 저출산 비율이 세계 1위다. 자살률도 1위다. 다른 것은 힘들어도 우리 지역서점이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저출산 문제는 과다한 교육비가 큰 원인 중의 하나다. 독서가 잘 되면 들어갈 교육비가 거의 없이 교육이 잘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해온 독서교육은 컴퓨터 게임에 K.O 패 당했고(K.O 패는 재기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완전 사망 당했다. 그래서 모두 대안이 없다고 절망한다. 그런데 지역서점은 이걸 완벽하게 극복해냈다. 윗글에서 이미 증명했으니까. 자살률 1위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자아 성찰과 세계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실력이 향상되면 대폭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동네)서점이 지역사랑방 역할을 하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래야 마을이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서점을 살려야 한다. 활성화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선진국 중 프랑스는 도서정가제법을 이미 오래전에 완벽하게 만들었고 최근에 코로나로 지역서점이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되자 바슐로 문화부 장관이 나서서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파리시장도 ‘아마존에서 책을 사지 말아달라. 아마존은 지역경제의 죽음, 지역서점의 죽음을 상징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언론(조선일보)이 최근에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독일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자녀 손 잡고 서점까지 걸어가기 캠페인을 해주고 지역서점 살리기로 바이로컬 운동까지 대대적으로 한다.

이제 우리 대전광역시도 서점을 살리기 위해 지역서점활성화조례안까지 갖추고 온통대전을 통해 그야말로 큰 통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지역서점이 활성화되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멀리 보고 민관이 합력해야 한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유명작가 초청 행사 등을 지역서점과 연계해서 자주 열어야 하고 자녀교육을 위한 독서강좌부터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많이 열어가야 한다. 고교학점제도 벌써 시작됐다. 기존 입시제도의 많은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선진화된 북유럽국가들의 모델을 따온 것인데 매우 바람직하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분야별 독서가 매우 중요하고 전문가와 청소년과 만남이 자주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학교 안에서 하기 힘들기 때문에 외부로 영역을 대폭 늘렸다. 이런 일에 서점과 함께하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우리 서점인들은 뜻을 모아 ‘대전광역시지역서점협의회’를 발족했다. 이 모든 일에 지역서점의 몫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걸어서 유모차 끌고 쉽게 갈 어르신들도 이용하기 쉬운 마을에 아담한 서점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카페가 있어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펼쳐지는 곳이 마을마다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꿈에서만 볼 것 같은 도시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현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지역서점들은 이런 것을 현실화시켜 독서력을 높이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김구 선생께서 주창한 문화강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동물인 사람이 생각이 자라지 않고 마을의 심장과 같은 동네서점이 살아 움직이지 않는 마을은 정말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지 않는가. 지역서점이 있어 행복한 마을, 지역서점이 있어 대대로 살고 싶은 마을을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 때가 됐다.

대전광역시 민관이 모두가 나서서 지역서점을 통해 멋진 대전광역시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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